[헤럴드POP=이소담 기자]강하늘은 전혀 가식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감정과 속내를 뻔히 내보이는 그런 배우였다.
배우 강하늘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제작 이디오플랜) 인터뷰를 갖고 연기에 대한 솔직한 생각, 남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재심’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다시 한 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루기도 했던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정우, 강하늘, 이동휘, 김해숙 등이 출연한다.
‘재심’에서 수더분한 전라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연기해낸 강하늘. 하지만 실제 전라도 출신인 기자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더 잘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손사래를 치는 강하늘이었다.
강하늘은 “전라도 사투리를 처음 접해봤다. 대사 하나하나를 다 전라도 출신 친구들에게 보내면 그들이 녹음을 해서 다시 내게 보내줬다. 내 캐릭터 톤에 맞는 건 어느 정도일까 확인했다. 그렇게 노력은 했지만 내가 보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눈에 밟힌다. 아무래도 실제 전라도 출신 사람들이 보면 티가 날 수 있으니까”라며 “군산, 전주, 광주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에게 대사를 받아본 결과 군산 쪽이 캐릭터에 더 맞지 않나 싶었다. 김태윤 감독이 원래 전주나 익산도 사투리를 많이 안 쓰는데, 그냥 전라도 사투리를 확실히 보여주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어느 순간 강하늘의 연기는 진화하고 있었다. 원래도 연기를 잘했지만, 그보다 더 편해졌다고나 해야 할까. 계속된 연기 칭찬에 강하늘은 “난 내가 연기하는 걸 제대로 된 눈으로 보기 힘들다. 항상 아쉬운 것들만 보인다. 내 연기에 대한 선입견을 넘었다고 말해줘서 감사하다. 사실 현우 역할에 있어서 뭔가 책임감을 느껴본 적도 없었고, 모든 작품마다 그래왔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그 대본에 항상 충실했을 뿐이다. 만약 전작과 ‘재심’이 다르게 느꼈다면 현우라는 인물이 지내온 모든 것들이 더해져 더 잘하는 것처럼 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연신 겸손함을 내비쳤다. 미담왕 강하늘의 겸손은 끝이 없었다.
전작보다 리액션에서 연기력이 빛을 발한 강하늘은 “개인적으로 리액션으로만 가득 찼던 인물이 ‘동주’ 윤동주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재심’ 현우보단 ‘동주’가 리액션은 더 많다. ‘재심’은 어느 정도 액션이 많았단 생각이다. 그래도 보는 사람마다 다르니까”라고 계속해서 송구스럽단 손짓을 보냈다.
칭찬 한마디에도 오히려 본인이 몸 둘 바 몰라 하는 강하늘은 함께 호흡을 맞춘 정우가 강하늘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해주자 “그 역할을 만드는데 필요한 정도만 했다 ‘재심’이라고 특별히 과하게 준비한 것 같진 않다. 항상 그래왔다”고 말하기도. ‘재심’ 촬영 중 실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통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최군과 만났다는 강하늘은 “촬영 현장에 와서 이야기를 나눴다. 실제 사건을 언급 안하려고 했다. 혹시라도 입에서 툭 튀어나올까봐 최대한 조심했다. 일상적인 대화만 나누고자 했다. 내가 그에게 이 사건에 대해 물어보거나 그때의 감정을 물어보거나 아는 척 이야기해버리면 그분에겐 시건방진 이야기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의 10년을 내가 단 며칠도 살아보지 않아놓고 아는 것처럼 지껄이는 걸로 보일까봐 걱정됐다. 다 같이 촬영 끝나고 헤어질 때 ‘잘 만들어주시고’라며 응원과 덕담을 해줬는데 내가 대답을 회피했다. 잘 만들어보겠다는 말도, 그에게 뭘 잘하겠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같이 사진 찍자고만 했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서 오히려 더 시나리오에만 집중했다.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하자고. 난 매소드 연기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 사람이 돼서 모든 행동과 생각을 흡수하는 편은 아니다. 잘 짜여 진 설계라기보다는 내 연기 스타일은 추상화에 가깝다. 흩뿌려 놓은 것들이 나라는 사람으로 카메라 앞에서 보여 지는 거다. 그런 방법을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작품에 대해 책임감이 있어야하고 본인이 맡은 역할에 있어서 사회적 파장에 대해 책임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그렇다면 난 할 말이 없다. 난 역할을 맡은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내가 맡은 바는 내 몸으로 많은 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글로만 쓰여 있는 시나리오를 조금 더 재밌게 풀어서 알려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구연동화나 마찬가지 아닌가. 이준익 감독님이 그러더라. 어떤 영화나 연기에 메시지를 담으려 하는 순간 대중에 대한 폭력이라고. 그 말에 대해 동의한다. 보는 이들이 순수하게 받아들여주면 나처럼 분노하는 사람도, 안타깝다 생각하는 사람도, 영화 왜 저래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건 배우가 해야 할 일은 아니다. 내가 하는 건 텍스트를 잘 소개하는 것이다. 그게 내 목표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억울하게 오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 지 물었다. 이에 강하늘은 “아무래도 가장 큰 오해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가식적이라고 보는 거다”고 말했다.
“그 말에 예전에는 아니라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남들이 날 가식적으로 보는 걸 해결하지 싶었다. 스무 살, 스물하나 땐 그랬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굳이 내가 그걸 왜 변명해야하는지 싶더라. 나를 오래 본 사람은 알겠죠.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가식적인 것 아니냐고 보는데 이젠 기분이 상하거나 그렇진 않다.(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