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인터뷰②]'재심' 한재영 "악역도 나름 사정이 있지 않을까요?"

입력 2017-02-28 11: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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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욕을 먹을수록 행복한 게 악역이라는데. 그렇다면 지금 배우 한재영(39)은 생애 최고의 날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재심'으로 여러 관객의 혈압을 올린 그를 만났다.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제작 이디오플랜)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다시 한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재진행형 휴먼 드라마다.

극 중 한재영은 형사 백철기 역을 맡았다. 현우의 인생을 파탄 낸 장본인이다. 썩어빠진 사회와 법체계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지독한 현실주의자다. 상황에 따라 태도와 얼굴을 바꿀 줄 안다. 어느새 200만을 향해 달려가는 중인 '재심'. 그럴수록 한재영을 향한 따가운 눈초리도 늘어만 간다. 너무 잘해도 문제다.

하지만 그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 한재영은 "백철기도 자신만의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어쩌면 백철기 역시 불합리한 사회가 만든 희생양일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그는 "백철기는 집안의 가장이지 않나. 부모님과 아내, 자식들도 있었을 거다. 먹고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그러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항변 아닌 항변이다.

영화 '재심' 스틸
영화 '재심' 스틸

"나로서는 백철기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해야 했다. 내 배역이니 어쩔 수없지 않나.(웃음) 그가 어떤 동기를 갖고 그런 행동을 했을지를 계속 상상했다. 직접 작전을 짠 걸수도 있고, 위에서 압력을 받았을 수도 있다. 직간접적 경험을 총동원했다."

'재심'은 지난 2008년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모티브다. 당시 살해 혐의를 뒤집어 쓴 최 군과 그를 변호하기 위해 나선 박준영 변호사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물론 한재영이 연기한 백철기 형사에 해당하는 실존 인물도 있다. 하지만 그는 실화란 점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고.

한재영은 "내겐 (실화가 아닌)어떤 이야기 혹은 사건이었다. 대본 안에 들어간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왔다고 해서 그걸 의식하지도 않았다. 난 그저 극 중 백철기란 사람이다. 그간의 간접경험을 총동원해 내가 만든 캐릭터다. 인물의 절반은 내 상상력이었다. '이랬을 거다 저랬을 거다' 여기는 거지"라고 설명했다.

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배우 한재영 / 민은경 기자

그럼에도 백철기에게서 기시감이 느껴지는 건 한재영의 디테일 덕분이다. 전형적인 악인이 아닌,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을 그리려 노력했다. 아마도 백철기가 두 배는 얄미워 보이는 비결이 아닐까.

"과장된 연기를 하긴 싫었다. 그간 악역을 하신 분들의 연기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내 모토가 '자연스럽고 편하게'다. 실생활의 냄새가 났으면 했다. 관객들이 보고 '저런 사람 본 적 있어'란 생각이 들길 바랐다. 리얼리티를 부여하고 싶었달까. 근데 그게 '액션'이 떨어진 촬영장 카메라 앞에선 잘 안 나오더라. 그럼 될 때까지 계속 달려가는 수밖에 없는 거지, 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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