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인터뷰①]천우희 "'믿고 보는' 수식어, 한때는 강박증으로 다가왔다"

입력 2017-04-17 14: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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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천우희 / 사진=이지숙기자
배우 천우희 / 사진=이지숙기자

[헤럴드POP=황수연 기자]따뜻한 봄바람이 불던 '어느날' 흐트러지는 꽃잎처럼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감성 판타지 영화가 찾아왔다. 영혼과 인간의 만남을 소재로 이별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영화에서 천우희는 혼수상태에 빠진 시각장애인 미소와 영혼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는 미소를 연기했다.

캐릭터에 자신의 색깔을 녹여낼 줄 아는 배우답게 천우희의 판타지, 천우희의 '미소'는 특별했다. 영혼인 자신을 알아보는 강수(김남길 분)에게 반가움에 말을 건네는 장면은 적당히 사랑스러웠고, 친한 친구들의 결혼식을 지켜보는 장면에서는 적당한 슬픔이 묻어났다.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뻔하지 않게 느껴진 건 천우희의 깊은 고민이 있기에 가능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제 머릿속에 그려진 '미소'는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고 보호해주고 싶은 여성 캐릭터였어요. 강수를 '아저씨'라고 부르고, 문어체를 쓰고 있었거든요. 제가 미소를 연기하게 된 이상 고루하고 식상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판타지 영화를 떠올리면 누구나 생각하는 이미지도 벗어나고 싶었고요. 그렇게 원작보다 친근한 캐릭터가 나온 것 같아요."

'어느날'은 의문의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미소의 사연이 드러나며 흥미로운 2막을 맞이한다. 제작보고회 당시 역대급 '캐발랄'한 역이라고 소개했던 천우희의 말과는 달리, 극 후반부는 관객들을 눈물 짓게 하는 요소가 많았다. 이에 천우희는 "다들 보고 나서 짠하셨나 보더라. 많이 울었고 (미소가) 안됐다는 반응이었다.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배우 천우희 / 사진=이지숙기자
배우 천우희 / 사진=이지숙기자

"우리 모두가 밝은 모습도 있으면서 내면의 아픔도 함께 있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밝음이 1부터 10까지 있다면 지금껏 10까지 밝은 캐릭터는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그 친구의 밝음과 아픔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미소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아픔도 있지만 씩씩하고 꿋꿋하려는 그 모습이 좋더라고요."

그래서일까. 천우희가 연기한 미소는 혼수상태인 자신을 마주할 때, 친구들의 결혼식을 볼 때, 엄마와 관련한 이야기가 드러날 때 애써 담담하게 슬픔을 감춘다. 그 모습이 오히려 관객들을 울컥하게 만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천우희는 "이 친구의 하는 말이나 성향을 파악했을 때 애써 괜찮으려고 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 부분들이 꼭 드러나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은 장면에 묻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혼하는 친구들을 볼 때는 눈으로 볼 수 있다는 행복감도 있지만 어쨌든 그 자리에 저는 없는 거니까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고,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정 이입이 잘 됐어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강수에 비해 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이 영화상에 많지 않았죠. 강아지나 결혼식 장면 등에서 최대한 제 감정을 녹여내고 싶었어요."

우연찮게도 천우희는 이번 역할에도 단벌로 등장한다. '써니'·'한공주'가 교복이었고, '곡성' 무명이 흰 원피스에 카키색 점퍼를 걸친 것처럼 '어느날' 미소는 혼수상태일 때는 환자복을, 영혼일 때는 하늘색 니트를 입었다. 천우희는 "어쩌다 보니 단벌 전문이 됐다"며 웃음을 지었다.

"다른 여배우들은 옷도 많이 갈아입고 화장도 많이 하시잖아요. 저는 이제 단벌이 익숙해져서 지금은 제 몸에 착 붙는 것처럼 편안해요. 이제는 서운해하는 단계를 넘어 초월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해어화'에서 여러 옷을 갈아입을 때 기쁨이 더 컸던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배우 천우희 /사진=이지숙기자
배우 천우희 /사진=이지숙기자

의상 설정에 대해서는 "미소가 완전한 영혼이 아니라 인간 같은 모습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만일 환자복을 입으면 주변의 사람과 동떨어지는 느낌이 나잖아요. 강수랑 둘이 있는 장면에서는 미소가 영혼이라고 인지하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모든 스태프들이 고민을 거듭했고 이 영화는 판타지니까 가능하다는 결론이 났었죠."

영화 '신부수업'(2004)으로 데뷔한 천우희는 '써니'(2011)의 본드 소녀를 시작으로 '한공주'(2013), '해어화'(2015), '곡성'(2016) 등 다양한 작품에서 굵직한 역할들을 소화해내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평가에 천우희는 "그런 수식어를 제가 달다니 부담도 되지만 기분은 좋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저의 가장 큰 욕심은 연기를 잘하는 거예요. 한때는 저를 향한 좋은 말들이 강박증처럼 다가오기도 하더라고요. 작품에서 예뻐 보였으면 좋겠고, 더 다재다능했으면 좋겠는 것들이요.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는 데에 부담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싶어요. 사실 그런 말을 듣는 게 저에겐 감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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