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팝인터뷰]‘내그대’ 신스틸러 백현진 “계속 바뀌면서 살고 싶어요”

입력 2017-04-18 18: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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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박수정 기자]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데에 거침이 없다. 예술이란 단어 대신 ‘작업’이란 표현을 쓴다는 그는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지만, 자신의 색깔과 힘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백현진의 존재를 알게 된 건 tvN ‘내일 그대와’(극본 허성혜/연출 유제원)를 통해서다. 극중 유소준(이제훈 분)이 운영하는 부동산 투자회사 상무 김용진 역할을 맡은 백현진은 회를 거듭하면서 악역으로서 존재감을 발산하며 극의 중심이 됐다. 생소한 얼굴, 독특한 말투와 목소리가 눈길을 끌었다. 초반에는 “저 사람 뭐냐”는 반응이었지만, 나중에는 “얄밉다”, “진짜 있는 사람 같다”는 호평을 받으며 백현진은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어디서 이런 배우가 등장했을까. “대중적인 드라마 같은 익숙한 포맷에서는 처음 일해본 거긴 하다”는 백현진은 “유제원 PD가 신민아 씨 때문에 영화 ‘경주’를 봤다고 하더라. 내가 영화 ‘경주’ 엔딩곡을 작업하고, 극중 지방대 꼰대 교수로 출연했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제가 눈에 보여서 연락을 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내일 그대와’를 출연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백현진은 배우보다 음악감독이나 화가로 더 익숙한 인물이다. 1994년 장영규, 원일과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를 결성하고 1997년 데뷔 앨범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방준석 음악감독과 함께 듀오 프로젝트 '방백'을 결성하여 활동 중이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 ‘4인용 식탁’, ‘달콤한 인생’, ‘해안선’ 등 다수의 영화 음악 작업에도 참여한 백현진은 음악뿐만 아니라 연기와 영화 연출도 꾸준히 해왔다. 화가로서도 활동을 펼쳐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7’ 전에 선정되기도 했다.

백현진의 작품 활동을 보면, 뭔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거침없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돈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예술가의 모습이 보는 듯하다. 그는 어떤 신념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내일 그대와’를 통해 알게 된 한 예술가를 통해 우리 삶도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드라마 출연은 처음이었는데, ‘내일그대와’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백현진 “드라마 출연은 생각도 안했었고, 영화 쪽은 감독을 보고 출연한 게 대부분이었어요. 유제원 PD는 말이 잘 통했고, 제가 연기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배우들과 달라요. 대본에 있는 것과 다르게 대사를 말해요. 유제원 PD가 그걸 허용해주더라고요. 이런 PD라면 TV 경험을 해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함에 있어서 자유롭게 판을 깔아줘서 저는 너무 즐겁게 작업했어요.”

- 네티즌 반응도 찾아봤나요? 백현진 “초반에는 ‘저 사람 뭐냐’고 그런 반응이 많았어요. 저런 연기는 나도 하겠다고 진짜 어디서 부동산 투자 회사 상무 데려온 거 아니냐는 반응이었죠. 회가 거듭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더라고요. 새롭다고, 얄밉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역할 때문에 무섭다고 이야기도 나오고요. 그 캐릭터가 돈에 관련된 욕망이 과하게 많은 사람 정도지 사람을 죽이거나 그럴 만한 사람은 아니었던 건데 사고로 살인을 하게 된 거잖아요. 최대한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악당 캐릭터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신경 썼어요.”

- 백현진의 등장에 신선하다는 반응도 많고, 정말 짜증내는 연기는 세계 최고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백현진 “대중이 제 얼굴을 모르니까 벌어지는 일종의 어드밴티지 같기도 해요. ‘경주’에서는 지방대 교수 불러다놓은 거 아니냐고 그랬는데 따져보면 지방대 교수랑 상무랑 간극이 크잖아요. 얼굴을 모르니까 얼굴이 노출이 되기 전까지 가질 수 있는 장점이죠. 제 얼굴이 조금 더 알려지면 이 재미는 사라질 거예요.”

- 앞으로 또 TV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까요? 백현진 “TV 쪽은 안할 것 같아요. 메이저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안했어요. 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음악을 하면서 계속 그림을 그리면서 살았어요. 지금보다 더 배우 일을 하게 되면 밸런스가 깨질 거 같아요. 지금이 저에게는 무리가 없어요.”

- 음악, 배우, 화가까지...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시도해보는 자유로운 영혼 같아요. 백현진 “자유로운 영혼이란 말은 잘 모르겠어요. 현대 미술가로는 갤러리에 소속돼 있어요. 앨범 작업할 때는 프로젝트로 레이블과 일을 하기도 하죠. 배우로서는 지금까지 기획사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한 이유가 지금처럼 즐겁게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죠. 저는 다행히 빚도 없고, 부양할 가족도 없어요. 제 나이 또래 한국에서 사는 분들은 거의 다 빚이 있잖아요. 빚 있고, 건사해야 할 가족이 있고, 그랬다면 저도 메이저 기획사에 들어가서 일들을 하겠죠. 다행히 저는 그런 상황은 아니라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백현진 “91학번 나이인데 94년도에 대학교를 들어가서 바로 밴드를 만들었어요. 그때 홍대 앞에 인디 밴드들 생기기 시작할 때였어요. 저희끼리 좋아서 하는 거였는데 그게 인디 1세대들 공연을 시작하던 시기라고 기록됐어요. 1994년도에 밴드를 만들어서 1995년에 첫 공연을 시작했고, 첫 그룹전에 참여를 했죠. 음악을 하면서 김지운 감독이랑 인연이 돼서 ‘반칙왕’을 작업하고, 그렇게 흘러 흘러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돈이 없으니까 그래픽디자이너랑 일러스트레이터로 일도 오래했어요.”

- 돈을 많이 벌지 않는데도 계속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백현진 “돈이 없으면 사람들이 짜증도 나고 그러잖아요. 생활도 피곤해지고 그랬는데 시장에서 성과가 없는 것도 당연한 일로 여겼어요. 예술가는 돈 없이 사는 것에 대해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예술가로 살면 시장에서 거의 성과가 없는 것도 기본이라고 생각했죠. 가난이라는 게 마치 휴대폰에서 지울 수 없는 기본 어플리케이션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던 세대였어요. 제가 그나마 제 또래 중에서는 운 좋게 하기 싫은 일은 덜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게 된 거예요. 가끔 드라마에 출연해서 일종의 부수적 비용이 생기고요. 시장에 상관없이 음악하고 그림을 그리지만, 내가 어떻게 그려야지 돈이 될까 생각하는 것은 무덤 파는 것이라고 배웠어요.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지금처럼 운 좋게 시장이랑 접점이 있으면 판매를 하고요. 저만의 시스템이 만들어져서 돌아가고 있어요.”

- ‘운이 좋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시니 뭔가 운이 좋은 사람 같아 부러워요. 백현진 “운이 좋았다고 설명하는 게 맞는 게 같아요. 제가 보기에 반짝거리고, 비상한 사람들이 어느 순간 동네에서 사라지는 것을 봤어요. 사람들 모두 노력했을 거예요. 제가 남보다 더 노력을 했다는 것은 바보 같은 말 같아요. 어떤 순간순간 운이 따라줬던 것 같아요. 20대 때 혼자서 되뇌었던 말 중에 ‘이것 말고는 하지말자’는 문장을 썼어요.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삶 외에는 한 눈 팔지 말자는 모진 생각을 했었죠.”

- 저도 그렇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찾는 거예요.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데 하고 싶은 것을 찾으려니 고민이 많아져요. 어떻게 찾았나요? 백현진 “뭔가 막연히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미뤄둘 때가 있어요. 보통 많은 사람들은 미뤄둔 것을 못하면서 나이를 먹고 평생 그게 앙금이 되고, 한이 되죠. 그런데 요즘 젊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하고 싶은 것을 미루는 게 아니라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른대요. 그런 상황이라면 이 말이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일단은 너무들 바쁘잖아요. 어떻게 먹고 살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하지, 어떤 스펙을 더 쌓아야 하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면 조직에서 가만히 안 놔두고 바쁘게 돌리잖아요. 돈을 많이 주면 많이 주는 만큼 쥐어짜고,. 해결 방법이 아니지만, 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조금 본인 스스로를 덜 바쁘게 만드는 것을 고안해야 해요. 덜 바쁘게 만드는 방법이라면 사실 딱히 없어요. 여기서 부터 사는 게 힘들어지는 것이지만, 각자 방법만이 진짜 방법이에요. 그렇게 간단하게 찾아지는 것이 아니죠. 플레이 버튼이 있다면 포즈(pause) 버튼을 어떻게든 고안하면 좋을 거 같아요.”

“확실한 것은 한국의 어른들이 절대 젊은이들을 생각하지 않아요. 기득권들,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나눠먹으려고 하죠. 사람들을 바쁘게 만들어야 자신들이 헛짓하는 하는 걸 눈치 채지 못하니까요. 이 시스템이 우리를 늘 바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를 해야 해요. 그 바쁜 컨베이어 벨트에서 어떻게 하든지 조금 벗어나야 해요. 그걸 고안하며 사는 게 인생일 수도 있죠.”

- 백현진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으세요? 백현진 “계속 바뀌면서 살고 싶어요. 예전에는 허세처럼 ‘실시간으로 변하면서 살자’고 했는데 지금은 오그라드는 말이고, 실시간으로 변하면 미친 사람 보이겠죠.(웃음) 가능한 계속 변하면서 살고 싶어요. 생물학적으로도 몸이 변하잖아요. 제 나이면 호르몬 자체가 변해요. 몸이 변할 때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잘 변했으면 좋겠어요.”

- 요즘 되뇌는 문장은 무엇인가요? 백현진 “‘무리하지 말자’. 무리를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 문장을 몇 년째 혼자서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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