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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리뷰]'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삶을 삼킨 영화가 뱉어낸 애환

입력 2017-12-15 11: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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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포스터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영화를 삼킨 삶은 씁쓸한 애환과 웃음을 뱉어낸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어느 날 예고 없이 암 선고를 받게 된 시골 이발사 모금산(기주봉 분)이 마지막일지도 모를 크리스마스를 생의 클라이맥스로 만들 계획을 세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단편 ‘만일의 세계’로 서울독립영화제(2014) 우수작품상, 미쟝센단편영화제(2014) 심사위원특별상 등을 받으며 주목받은 신인 임대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미스터 모의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무뚝뚝한 인상의 모금산의 삶은 파리만 날리는 이발소와 같이 건조함으로 가득 차있다. 이발소와 수영장, 혼자 벽을 보고 맥주를 마시는 치킨집, 그리고 집. 큰 변주 없는 그의 삶은 처량하고 외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매일이 의미 없이 반복되는 삶, 그때 모금산은 예고 없이 암 선고를 받게 된다. 그때부터 단단할 것만 같은 그의 무미건조한 삶에 균열이 일어나게 된다.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스틸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스틸

모금산은 그 균열 속에서 영화감독 지망생인 아들 스데반(오정환 분)을 자신이 사는 금산으로 불러 자신의 영화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를 찍게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고향을 찾게 되는 아들 스데반과 그의 연인 예원(고원희 분).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는 냉랭하기만 하고, 과연 이 영화가 제대로 완성될 수 있을까도 의문으로 남게 된다. 영화는 이 과정을 담아내는 데에 있어 군더더기가 없다.

카메라는 담담하고 또 어느 때는 지나칠 정도로 건조하게 모금산의 일상을 따라다닌다. 그래서일까. 자연스럽게 슬퍼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영화는 어딘가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오게 만든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대목이다. 하지만 희극 사이에서 비집고 들어오는 감정이 더 크게 다가오듯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역시도 영화가 끝나는 지점에 있어서는 이때까지 쏟아냈던 웃음들이 결국 우리네 삶에 대한 비소였음을 깨닫게 만들며 그 감정을 증폭시킨다.

그 감정의 폭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은 단연 기주봉의 능청스러운 연기에서부터 출발한다. 1977년 극단 76 창립단원으로 데뷔하여 어느새 연기 인생 40주년을 맞은 기주봉은 영화 속 모금산을 연기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정과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평범한 중년 남성의 초상. 이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어 기주봉은 대체 불가한 연기력을 펼쳐내며 극의 중심점을 확실하게 잡아놓는다. 기주봉이 아닌 모금산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스틸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스틸

이러한 기주봉의 연기와 함께 극이 만들어내는 상황 역시도 감정의 겹을 층층이 쌓게 만든다.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인상을 주는 인물들로 가득 차 있는 인물들. 그 관계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터무니없거나 실없는 농담과도 같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이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끼게 하지 않고, 현실의 거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도록 만든다.

관객의 마음 속 이러한 감정이 싹 틔우는 순간부터 영화는 삶을 삼키기 시작한다. 무미건조한 흑백의 삶은 오히려 채색된 현실의 공간보다 더욱 큰 의미를 가지게 되며, 관객들은 스스로가 가진 현실의 이미지들을 모금산과 스데반, 예원을 비롯한 주변의 인물 군상에 투영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이 투영의 작업이 끝난 뒤 영화는 관객들에게 강한 노스탤지어를 선사하며 삶이 아닌 곳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끔 한다.

임대형 감독은 영화 속 모금산의 성을 모 씨로 설정한 것에 대해 “모 씨는 김 모씨, 박 모씨처럼 아무개 ‘모’자를 섰다”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이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영화는 한 인물의 특수성을 나타내려하기보다 그 인물이 내포하는 소시민의 모습들에 집중한다. 그런 보편성 덕분이었을까.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블랙코미디적 상황에서 우리네 삶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기게 만든다. 현재 절찬 상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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