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인터뷰③]전여빈 "모든 감각을 열어둘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입력 2018-09-18 08: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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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 / 사진=서보형 기자
전여빈 / 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팝인터뷰②]에 이어) '죄 많은 소녀' 속전여빈을 지탱했던 것은 연기에 대한 믿음이었다.

영화 ‘죄 많은 소녀’ 속 ‘영희’의 모습은 고통 그 자체다. 소통이 부재된 상황에서 표류하는 말들이 송곳이 되어 인물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찔러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갈가리 찢겨져버리는 ‘영희’라는 존재는 바라보고 있는 상황만으로도 관객들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리고 그러한 ‘영희’의 모습을 그리며 영화의 무게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배우 전여빈의 모습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에서의 눈치 없던 신인 배우는 온데 간 데 없다. 전여빈은 영화 속에서 ‘영희’ 그 자체로만 존재한다. 거침없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영화가 주는 강렬함을 그대로 체화시키고 있었다.

2017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죄 많은 소녀’를 통해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에 새로운 괴물 신예의 탄생을 알린 전여빈. 지난해 OCN 드라마 ‘구해줘’에서 홍소린 역을 맡으며 브라운관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전여빈이 1년 만에 다시 ‘죄 많은 소녀’로 들고 관객들을 찾았다. 특히 지난달에는 JTBC ‘방구석 1열’ 문소리 특집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전여빈은 예비 관객들과의 반가운 인사를 하기도. 최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을 만난 전여빈은 당시 ‘방구석 1열’을 출연하게 된 계기와 자신에게 행운처럼 다가온 인연들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면서 전여빈은 선배이자 감독 문소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제가 딱히 선배님에게 예쁘게 보인 것도 없는데 이렇게 챙겨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다”고. 또한 전여빈은 “저는 제 스스로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큰 행운 중 하나가 문소리 선배님과의 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감독으로 만났던 문소리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애정이 드러나는 구석이었다. 그렇게 선배 문소리의 열렬한 응원으로 ‘방구석 1열’에서 더 많은 대중들에게 ‘죄 많은 소녀’를 알릴 기회를 얻었던 전여빈은 이날 만남에선 영화와 연기가 자신에게 가지는 의미에 대해 얘기하며 더욱 깊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전여빈 / 사진=서보형 기자
전여빈 / 사진=서보형 기자

물론, 주된 질문은 연기에 대한 것들이었지만 전여빈은 이를 통해서 자신이 가진 세계를 펼쳐 내보였다.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과 에드워드 양 감독의 ‘고령가 살인 사건’, ‘하나 그리고 둘’에 대한 전여빈의 애정은 그녀의 영화관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큰 도움을 줬다. 특히 전여빈은 “에드워드 양 감독님은 타계하셔서 그의 새로운 작품은 볼 수 없겠지만 어쨌든 그러한 것들을 그리는 좋은 감독님들을 만나서 같이 이야기 구성원의 한 명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고 말하며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바람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 그렇다면 직접 연출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전여빈은 “연출에 대해서는 좋은 질투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심경은 어떤걸까라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물론 배우로서의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냥 만약에 이야기를 쓴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싶은 사람일까. 근데 그건 연출에 대한 욕심은 아닌 것 같다.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많고, 영화라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으니깐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런 어떤 좋은 질투심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또 존경심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하하.”

덧붙여 전여빈은 배우에 대해 “영화의 색깔을 담당할 수도 있고 붓이 될 수도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이미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동호되는 감독과 배우이기에 꼭 연출에 욕심을 내기보다 연기로서 가지는 것 또한 크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배우로서 전여빈이 가지는 목표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녀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전여빈은 자신이 연기를 하는 모든 과정들을 결국에는 ‘좋은 배우’가 되는 어떠한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답을 이어가기도 했다.

전여빈 / 사진=서보형 기자
전여빈 / 사진=서보형 기자

“왜 내가 연기에 이토록 마음이 부풀고 마음이 뜨거워지고 마음을 단련하게 되는지 계속 찾아가는 것 같다. 그때그때 마다 이유들이 있다. 답도 있고,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다. 나중에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제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 같다. 선생님들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고 그랬는데 ‘아직도 모르겠다’고 하시는 선배님들이 많으셔서 위로가 된다. 하하. 다 같은 과정에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차원은 다 다르겠지만 어떤 결에서 (오는 동질감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좋은 배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어야지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배우가 아닌 인간 전여빈으로서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여빈은 “30년의 인생을 돌아보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는데 앞으로 살아갈 날들은 더 많을 거고 노력은 하겠지만 제 행동이 마음대로 안 될 때도 있을 거고 상황이 안 될 때도 있겠지만 그냥 사람으로서 지금 주어져 있는 환경에서 제 나름의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도 느끼고 슬픔도 잘 느끼면서 그렇게 잘 살고 싶다”고 얘기했다. 덧붙여 그녀는 “저 안의 한계를 놓고 가둬두고 싶지 않다”며 “모든 감각을 열어둘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살아가는 동안 어떤 일이 제게 다가올 줄 모르니깐 유연하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배우로서는 매번 질문을 던지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도록 모든 감각을 열어젖힐 수 있는 사람. 전여빈은 결국 어떠한 상황에서도 배우의 삶을 걷고 있었다. 어쩌면 답을 찾을 수 없는 ‘좋은 배우’를 향한 탐구였지만, 그런 그녀가 여전히 이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은 결국 행운처럼 다가온 것들을 행운으로만 놓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죄 많은 소녀’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고통의 무게를 온전히 지고 있어야 했던 위태로운 존재가 되어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연기에 대한 전여빈의 열정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구석이었다.

한편, ‘죄 많은 소녀’는 친구의 실종에 가해자로 몰린 영희가 스스로 학교를 떠났다 다시 학교로 돌아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상’과 ‘올해의 배우상’은 물론 전 세계 유수 영화제 초청과 수상 릴레이를 이어가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13일 개봉하여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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