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관객들, 구경꾼으로 만드는 게 중요했다”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바 있는 이재규 감독이 영화 ‘역린’으로 처음으로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밀어 380만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았음에도 불구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그가 제대로 이를 갈고 만든 ‘완벽한 타인’으로 돌아왔다. 웃음과 스릴을 넘나드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11월 극장가를 완전히 사로잡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이재규 감독은 ‘역린’의 아쉬움을 ‘완벽한 타인’을 통해 풀 수 있었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재규 감독은 원작보다 정서적으로 더 깊숙이 들어감으로써 한국화시키고자 신경 썼다.
“같이 일하는 제작자가 몇 년 전 원작을 보라고 제안했다. 아내와 같이 봤는데 좋아서 리메이크하면 어떨까 싶으면서도 한국 관객들에게 소통될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만큼 발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보다 정서적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쉽고 재밌게 한국화시켜 보자 마음먹었다.”
리메이크하면서 속초가 중요한 지역으로 등장한다. 네 남자 주인공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속초로 설정한 데는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리메이크를 어떤 방식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서울보다 지방 출신이 좋을 것 같았다.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벌어지니 진짜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고향 친구들이 필요했다. 제작자가 속초 사람이고, 나 역시 속초에서 사는 날을 꿈꿀 만큼 속초를 좋아해 작가님과 무작정 속초로 갔다.”
이어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 작가님께서 속초와 이야기의 상징성을 캐치하셨다. 속초에는 산과 바다가 있고, 짠물과 민물이 다 있지 않나. 그런 게 사람의 본성과도 비슷하다는 거였다. 사람 역시 밝은 면도, 어두운 면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속초가 좋은 배경인 것 같았다. 달도 항상 보지 못할 뿐 이면이 있기에 월식을 소재로 삼게 됐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무엇보다 ‘완벽한 타인’은 집들이 저녁식사를 배경으로 하기에 시간과 장소가 제약된다. 이에 캐릭터들이 어떤 작품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관계성은 원작에서 실어오되, 이재규 감독 그리고 지인들의 개인적인 경험이 섞였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 멀티캐스팅이라는 점에서 ‘역린’과 비슷한 포맷이지만 색다르게 풀어냈다.
“관계성의 경우는 원작에서 좋은 게 많아서 실어왔다. 나와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경험담을 들고 오기도 했다. ‘역린’도 열심히 했지만, 관객들과 소통하는데 있어서는 완벽하지 못했다. ‘완벽한 타인’이 포맷은 ‘역린’과 비슷한데 다른 방식으로 만들고 싶었다. 일종의 오기라고 할까. 원작 자체가 훌륭하기도 했고, 쉽고 재밌어야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완벽한 타인’은 연극처럼 느껴진다. 일곱 캐릭터의 주고받는 대화 중심으로 극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감, 현장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던 이재규 감독은 배우들이 실제 대화하는 것처럼 촬영에 임했다.
“쉽고 재밌기 위해서는 사실감,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을 구경꾼으로만 만들어준다면 지겨움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상시 카메라 두 대를 돌려서 대화, 반응을 최대한 잡아내고 리듬이 끊어지지 않게 신경 썼다. 배우들에게도 편하게 대사 하라고 열어주면서 실제 대화하는 것처럼 촬영했다.”
그러면서 캐릭터에게 부여됐으면 한 역할을 설명하기도 했다. “‘석호’(조진웅), ‘예진’(김지수)이 기둥으로 묵직하게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다츠처럼 딱 고정을 시켜준다고 할까. ‘준모’(이서진), ‘세경’(송하윤)은 엄청난 파도고, ‘태수’(유해진), ‘수현’은 그 파도 위 흔들리는 배다. 이런 방식으로 소통하고 싶었다.”
‘완벽한 타인’은 입소문 속 손익분기점(180만명)은 물론, 300만 고지까지 넘어서며 흥행 질주 중이다. 이는 소소하게 웃으면서도 인생을 반추해볼 수 있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재규 감독 역시 여러 번 볼수록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영화를 만들 때 쉽고 재밌어야 한다를 목표로 삼았지만, 너무 그렇게만 가면 아쉬울 수 있으니 조금 더 의미가 있고 생각해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캐릭터가 한국화되면서 메시지도 원작보다 강화됐다. 처음 볼 때랑 두 번째 볼 때랑 다르게 보일 거다. 볼 때마다 다른 게 보이니 세 번 정도 봐도 지겹지 않지 않을까.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