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배우 정유미가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찬사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정유미는 신작인 영화 '잠'에서 이성을 잃어가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며 섬뜩함을 선사,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최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정유미는 유재선 감독의 디렉션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연출을 맡은 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연출부 출신이다. 정유미는 봉준호 감독의 전화를 받고 시나리오를 읽게 됐다.
"캐릭터를 떠나 시나리오 자체가 간결하고 깔끔했다. 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대사가 많이 없기도 한데, 그중에서도 더 퍼펙트한 시나리오였다. 그런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보기도 해서 감독님이 너무 궁금했다. 내게는 연출자가 제일 중요해서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는 빈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감독님께 직접 듣고 싶었고, 만나서 이야기 듣고 나니 믿음이 생겼다."
정유미는 극중 잠들지 못한 자, 아내 수진 역을 맡았다. 수진은 잠드는 순간 다른 사람처럼 변한 남편 현수(이선균)가 이상한 행동으로 집안을 공포로 몰아넣자 매일 밤 잠들지 못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인물이다. 특히 정유미는 충혈된 눈빛 하나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스크린을 집어삼킨다. 이에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사실 그 표현에 대해서는 칸에서 영화 상영되고 나서 처음 들었다. 그런 표현을 해주실 걸 알았으면 더 광기 있게 했어야 한게 아닌가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하하. 연기할 때는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연기하지 않았고, 시나리오에 나와있는대로 그리고 감독님이 그날그날 디렉션 주시는대로만 했는데 몇년 사이에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게 유행어처럼 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 같다. 평소 모니터를 잘하는 편은 아닌데, 감독님이 보라고 했을 때 보면 나도 놀랄 만한 얼굴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유미는 감독의 디렉션대로 연기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유재선 감독과의 작업에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그랬는데, 현장에서도 군더더기가 없으시더라. 설명하실 때도 간결하셔서 나도 연기할 때 명확할 수 있었다. 연기하다 보면 잔짓을 할 때가 있는데, '잠'은 그런게 덜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잡아주시면 나도 감독님이 뭘 가져가고 싶으신 건지 대충 눈치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작업도 재미가 있지만 바로바로 확실하게 하는 과정도 재밌구나를 '부산행' 때 이어 새삼 느꼈다."
이어 "조금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글을 직접 쓴 감독님이라 믿음이 있는데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명확하게 말씀해주시면 제일 좋다. 감정 표현들도 그런 걸 듣고 나면 오히려 자유로워진다"며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요즘은 감독님이 기술적으로 더 명확하게 이야기를 해주시고 그 안에서 노는게 훨씬 더 편안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정유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이선균과 '첩첩산중', '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에 이어 네 번째 연기 호흡을 맞췄다. 그동안 훈련이 되어있었던 덕분에 오랜만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했다고 회상했다.
"벌써 10년 됐더라. 내가 먼저 캐스팅 이야기가 되고 있었고, (이)선균 오빠가 하실 것 같다고 해서 드디어 만나는구나 싶었다. 홍상수 감독님과의 작업에 있어서는 세 작품을 했지만 회차가 많지는 않다. 그래도 대사양이나 테이크수의 밀도가 어마어마해서 나름대로 우리가 훈련이 된게 있는 것 같다. 10년 만에 만났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호흡을 맞췄던게 편안하게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쫙 잘 붙은 것 같다. 그런 작업이 없고 처음 만났다면 호감이 있던 배우라고 하더라도 어색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촬영하면서도 빈 지점들이 많이 느껴졌는데 선균 오빠가 많이 채워넣어주신 것 같다"며 "나보다 캐릭터가 평면적이었는데, 오빠는 끊임없이 감독님과 대화를 하시더라. 그런 점들 때문에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난 것 같고, 영화가 잘 매끄럽게 만들어진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치켜세웠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잠'을 두고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GV 모더레이터로 참여하며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정유미는 '잠'이 관객들이 극장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봉준호 감독님이 칭찬을 해주셔서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다. 아무래도 봉 감독님이 재밌게 봤다고 하면 기대를 하게 될 텐데 재미가 없으면 뭐야 이럴 수 있지 않나. 한편으로는 다행인 건 봉준호가 재밌게 봤다는데 재밌지 그렇게 되니깐 5:5인 것 같다. 유재선 감독님과 다음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기대가 된다. 새로운 감독님들이 나와서 재밌는 영화를 보여주는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잠' 역시 관객들이 다시 찾아와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