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김재경이 걸그룹에서 배우로 전향하며 달라진 마음가짐을 언급했다.
걸그룹 레인보우 출신 배우 김재경이 영화 '간이역'을 통해 처음으로 스크린 연기에 도전, 활동 영역을 넓혔다.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배드파파', '초면에 사랑합니다' 등을 통해 차근차근 배우로서 성장해가고 있는 그가 '간이역'을 통해서는 한층 더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최근 헤럴드POP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재경은 첫 영화 '간이역'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오디션을 봤다. 글만 읽었을 때 이런 작품 되게 오랜만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 작품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자극적인 것에서 재미가 느껴지는 반면 '간이역'은 레트로 감성을 지닌 것 같았다. 딱 내가 살고 있는 시간대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한 장면, 한 장면 표현을 잘해낸다면, 좋은 감정들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꼭 오디션에 붙고 싶었는데 다행히 감사하게도 붙게 됐다."
무엇보다 김재경은 '간이역'을 통해 스크린 첫 주연을 꿰차게 됐다. 설렘과 동시에 부담감, 책임감도 들었을 터. 그럼에도 김재경은 다른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잘 받아내자는 각오로 생각을 전환시켰다.
"첫 스크린 주연이다 보니 부담감,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아직도 많이 느끼고 있다. 책임감이 부담감이 되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더 발휘하게끔 좋은 힘이 되어주면 좋은데, 오히려 날 억눌러서 이게 더 안 좋은 효과를 내면 어쩌나 두려움도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그분들의 좋은 연기를 내가 잘 받아내자로 생각을 전환했다. 현장에서 상대배우를 믿자고 이입했던 것 같다."
김재경은 극중 그의 마지막 기억이 되고 싶은 여자 '지아' 역을 맡았다. '지아'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로 결심한 인물이다. 이를 위해 김재경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리기도, 책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외할아버지께서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내가 너무 어릴 때라 할아버지 고통보다 가족들의 아픈 모습이 머릿속에 남아있더라. 그래서 일단 서점에 갔는데 투병기 다룬 책들이 있었다. '사기병'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됐고, 작가님이 궁금해지더라. SNS를 통해 그날 그날 느낀 감정이나 다 나으면 하고 싶은 것들 등 소소한 행복들에 대한 글들을 올려주시기도 해서 작가님을 보며 많이 이입하려고 노력했다. 외형적으로는 아파보여야 할 것 같아서 클린한 도시락을 싸다니고 운동을 병행하면서 체중 감량을 계속했다."
뿐만 아니라 김재경은 이번 작품에서 레인보우 시절부터 가까이 지낸 제국의아이들 김동준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김동준과 데뷔 시기가 별로 차이 안 난다. 아이돌들을 모아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도 많아 자주 겹치던 그룹이었다. 나이도 비슷해서 친하게 지냈다. 이번에 동준이와 같이 작업한다고 하니 굉장히 마음이 놓였다. 동준이가 무대에 선 거 말고는 연기 작업하는 모습은 처음 가까이 봤다. 굉장히 진지하더라. 무대에서도 열정이 많은 친구인데 그 열정이 연기 작업하는데도 고스란히 묻어나더라. 나도 배운 게 많았다."
김재경은 레인보우 활동 당시 배우를 꿈꾼 건 아니었다.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은 조달환이 출연한 작품에 특별출연하게 됐고, 연기 정의를 새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흥미가 생겼다.
"사실 레인보우 활동할 때는 연기 분야는 나도 시청자 입장에서 바라봤다. 내가 해보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너무 부끄럽기만 했다. 예능에서 만난 조달환 선배님이 출연하는 작품에 특별출연하게 됐는데 내가 걱정을 하니 하루 연습실을 빌려서 수업 한 번 해주시겠다더라.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생각한 연기와는 새로운 관점을 이야기해주시니 흥미롭더라. 난 늘 미래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계획을 세우고 살았는데, 연기라는 건 미래가 아닌 지금의 나와 지금까지 걸어온 나를 돌아봐야 하는 작업이었다. 그때 정말 크게 느끼고, 연기를 꼭 해봐야겠다 싶었다."
이어 "걸그룹으로 무대에 설 때는 내가 점점 나이가 든다는 게 굉장히 부담 아닌 부담으로 다가왔다. 연기는 그런 생각을 하나도 안 하게끔 해줘서 되게 좋다. 나이 한 살 더 먹은 난 어떤 생각을,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감이 생긴다.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비례하듯 흥미가 생겨서 연기하는 지금이 굉장히 만족스럽다. 과거에는 1위 해보자라는 목표가 있었다면, 어느 순간 숫자는 부질 없구나를 깨달았다. 내가 후회없이 노력했고, 에너지를 쏟았으면 괜찮다 싶은 거다. 미래에 있지도 않은 무언가에 목표를 두고 달린다기보다는 지금 하는 작업을 어떻게 더 재밌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배우생활에 대한 높은 만족감을 드러낸 김재경. 그런 만큼 첫 영화인 '간이역'에 대한 무한 애정을 뽐내기도 했다.
"관객들에게는 바쁜 일상 중에 간이역처럼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그 쉬는 시간 동안 본인의 인생, 소중한 사람, 사랑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 내가 작업하면서 그런 감정들을 느꼈고 생각들을 했기 때문에 내가 느낀 만큼 관객들도 느껴주면 좋겠다. 나에게는 첫 영화이기 때문에 소중하게 기억될 것 같다. 오디션 준비하면서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간이역' 하면 할아버지도 같이 떠오를 것 같고, 2020년 김재경이 있었던 일기장처럼 남을 것 같다. 마흔이 되어 다시 보면 내가 썼던 일기장들을 펼쳐보는 듯한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겠나 싶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