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모델로 데뷔한 배우 김영광(28)은 올해로 연기 경력 8년차다. 지난 2008년 KBS2 드라마 ‘그들의 사는 세상’을 시작으로 두 작품을 거치더니 주연배우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배우로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키 크고 마스크 좋은 모델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큰 무기였다. 이마저도 모델 출신 배우들이 안방을 점령하면서 설 자리는 날로 좁아지는 듯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주연한 tvN 드라마 ‘아홉수 소년’ 강진구 역으로 비상했다. 김영광의 재발견은 SBS 화제작 ‘피노키오’ 주연 발탁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한류 대세’ 이종석(기하명 역)과 ‘시청률 흥행퀸’ 박신혜(최인하 역) 사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아서 기쁩니다. 저에게는 어렵고 힘든 작품이었어요. 20회라는 긴 호흡이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처음 시작했을 땐 ‘내가 끝까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느새 종영이더라고요. 시원섭섭합니다.” 김영광은 극중 서범조 역을 맡아 최인하를 향한 마음과 함께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기자로 활약했다. ‘피노키오’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했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연기가 ‘피노키오’에서 그나마 표현된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무엇보다 ‘신선하다’ ‘다시 봤다’는 평이 많아서 기뻤어요. 저도 앞으로 한 발짝 나갈 용기를 얻었어요. ‘피노키오’의 서범조가 다음 작품을 위한 든든한 발판이 될 것 같아요.”
김영광은 인터뷰하는 동안 호탕한 웃음을 여러 번 보였다. 드라마 종영 직후 하루 종일 진행되는 인터뷰 강행군에 피로가 쌓였는지 입가에 내려앉은 수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도 술술 잘 풀어냈다. 수다스러울 것 같은 이 남자. 드라마 현장에서는 오히려 반대였단다.
“이종석 박신혜 저 셋 중에서 말수가 가장 적었어요. 분위기 메이커는 종석이와 신혜였죠. 유비도 독특한 끼로 분위기를 잘 만들어줬고요. 그렇게 떠들다가 할 말이 있으면 다들 저를 찾아오더라고요. 제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거든요(웃음).” 욕심이 별로 없는 성격이지만 작품을 향한 목마름은 늘 컸다. 고인이 된 부친이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 3급으로 지난해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해제한 지 일주일 만에 연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때 맡은 역할이 ‘아홉수 소년’의 강진구였다.
“얼마간 연기를 하지 않고 지내니까 제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어요. 대중이 보기에 편안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에 강진구를 만났죠. 굉장히 떨렸는데 정말 재밌게 연기했어요.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현장의 참 재미를 알게 됐어요.”
‘아홉수 소년’을 통해 얻은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얻어낸 게 ‘피노키오’ 서범조였다. 이번에도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간다. 오는 3월 국내 방영되는 한중합작 웹드라마 ‘닥터 모 클리닉’에서 2NE1 출신 산다라 박과 함께 연기한다. 입가에 수포가 오를 만큼 피곤한 몸인데도 고삐를 바짝 당기는 그다.
“작품을 쉬면 연기 감각을 잊어버릴까봐서요. 물론 돈도 많이 벌고 싶죠(웃음). 사실 연기한 지 몇 년 됐지만 배우 김영광이라는 이름을 알리지 못했잖아요. ‘넌 잘 될 거야’ 말을 5년 정도 들으니 ‘과연 언제 잘 될까’ 회의가 들더라고요. 다른 사람보다 성장이 느린 거라 생각하고 천천히 나가려고 합니다. 다행히 제가 다른 배우들보다 끈기가 있는 것 같아요(웃음). 어떤 배역도 막힘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고 싶습니다.” 단기적으로 세운 목표는 반드시 이루는 성격이라고 털어놨다. 모델과 배우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 1억을 만들었다. 스물넷에 세운 계획을 3년 만에 이룬 것이다. 다음 목표는 쉬지 않고 작품하기와 전셋집 구하기라고 했다.
“목표를 세우면 그것을 이루기까지 다음 계획을 세우지 않아요. 지금처럼 쉬지 않고 작품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 사는 월세 집이 마음이 안 들어서 좋은 전셋집으로 옮기고 싶어요. 모델로서 품위 유지비요? 체육복 입고 살면 되죠. 하하.”
김영광은 모델 시절까지 합하면 10년간 일을 해왔다. 배우의 길을 걸은 지 8년 만에 그는 연기자가 천직임을 느꼈다. 뭐든 느리고 오래 걸리는 그가 발견한 꿈이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무엇을 얻었는지 모르겠어요. 여러 가지 일을 해왔지만 제 것이 없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대중을 실망시켜드린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지나간 날을 아쉬워하면 뭐해요. 이제부터 잘해야죠. 하나 깨달은 건 있어요. 배우가 저에게 천직이라는 것을요.” 김은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