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깊이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굳은 의지가 있어 보인다. 그의 안에 살아있는 연륜과 지식, 자신만의 관점이 가득하다.
지난해 완성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102번째 작품 '화장'을 2014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한 가운데 자신의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 하는 모습은 '영원한 현역'이라는 말이 더없이 적절해 보인다.
임권택. 한국영화의 기둥 같은 감독이 돌아왔다. 그는 그간 수차례 호흡을 맞춰온 배우 안성기와 실제 암 투병 중 환자연기를 펼친 김호정, 99번째 작품 '하류인생' 이후 두 번째 만남인 김규리 등을 캐스팅해 '화장'을 완성했다.
익히 알려졌듯이 '화장'은 지난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화장'은 모든 소멸해 가는 것과 소생하는 것들 사이에서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동시에 느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존재 의미를 냉혹하고 정밀하게 추구한 작품이다.
영화는 화장품회사 마케팅팀 중역인 오상무(안성기 분)가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김호정 분)을 간호하는 가운데 회사에 새로 들어온 홍보팀 추은주(김규리 분)에게 마음이 빼앗기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상무는 추은주와 만난 뒤 시선을 빼앗기고 아내의 병간호 중에는 물론 장례식 중에도 추은주에 대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또 그 가운데서 자신의 업무를 해내야하는 지친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일련의 스토리 속에서 배우들은 철저히 역할에 몰입했다. 안성기는 중년의 가장이 가진 육체적 감성적인 심리를 절제미 있게 완성했다. 또 김호정은 암투병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김규리 역시 추은주라는 여인의 외적 미모와 당당한 여성상을 표현해냈다.
특히 임권택 감독은 ‘화장’이 가진 이중적 의미를 생(生)과 사(死)의 이미지로 드러내기 위해 김호정과 김규리 두 배우의 극과 극 캐릭터를 부각시켰으며, 이를 안성기가 연기한 오상무의 시선과 행동으로 극대화시켰다. 특히 오상무가 겪는 아내와의 처절한 현실과 추은주를 향한 타오르는 열망이 투영된 환상이 대비되는 장면들은 결국 '인간의 고통'으로 형상화됐다.
영화는 특별한 꾸밈과 기교보다 담담하면서도 오히려 섬세한 드라마의 진한 느낌을 이어나간다. 인간자체를 평범한 현실을 통해 그려낸 ‘화장’은 소설의 진중함이 영상으로 통해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거장 감독도 여전히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밝힌 것처럼 과연 수많은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화장’이 어떤 관객 반응을 얻을지 관심을 모은다. 오는 4월 9일 개봉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