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도쿄 트라이브', B급 힙합 ver. '겨울왕국' [POP리뷰]

입력 2015-06-22 13: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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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최현호 기자]최근 B급 정서가 각종 영화에 녹아들면서 대중의 환영을 받고 있다. 심지어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B급 정서가 거침없이 침투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B급 영화들은 미국 할리우드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며, 주류 영화 못지않은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 주류 영화의 액션, 멜로, 드라마 혹은 공포 장치는 빤하게 다가올 때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반적 상식을 무시하고 과감하게 관객의 상상을 비켜가는 B급 요소로 채워진 영화는 새로운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B급 영화가 메이저 영화들에 섞여들어 이도저도 아닌 잡종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는 것. 물론 B급 자체가 의도적으로 오래되거나 못 만들어 보이는 효과를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영화 '도쿄 트라이브' 포스터
사진=영화 '도쿄 트라이브' 포스터

오래전부터 B급 영화가 넘쳐난 일본은 작품과 작품사이에서 B급과 일반적인 상업영화를 오가는 감독들이 존재했다. 특히 B급 중에서도 상상을 넘는 잔혹성과 이른바 '병맛' 설정은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다양하게 제작돼 왔다. 물론 B급이라고 해서 작품성이 떨어진다거나 대중적 재미를 저버린다는 법은 없다. 아직 대다수에게 거부감을 주고는 있지만, 적절한 활용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사례처럼 강렬한 효과와 감칠맛을 주는 MSG가 될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감독 중 B급 정서를 작가적으로 표출해내는 감독들이 일본 영화계에서도 여럿 있다. 이 중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감독 소노 시온은 일본 영화계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해낸 인물. 한국에서도 관심이 커져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노 시온 특별전을 개최할 정도다. 그런 그가 완성한 독특한 작품이 지난 18일 개봉했다.

소노 시온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바로 랩 뮤지컬 영화 '도쿄 트라이브'다. 이노우에 산타의 동명 만화를 실사화 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이렇다. 가까운 미래의 일본 도쿄가 여러 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고, 그곳은 하나의 집단으로 상대 집단을 경계하며 살아가는 디스토피아적 세계의 모습을 띠고 있다. 특히 배경이 동양적으로 재구성된 '블레이드러너' 속 세계를 닮았다. 또 판타지적인 세계는 거리를 떠나 붓파(타케우치 리키 분)의 거처와 그가 머리를 조아리는 대사제의 공간도 만화적으로 다가온다.

사진=영화 '도쿄 트라이브' 포스터
사진=영화 '도쿄 트라이브' 포스터

영화는 여러 집단 중 부쿠로 우롱즈의 보스 메라(스즈키 료헤이 분)가 무사시노 사루의 카이(영 다이스 분)을 유인해내고, 정체불명의 여인 순미(세이노 나나 분)가 이 사이에 끼어들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제 래퍼이자 힙합그룹 N.C.B.B의 멤버 영 다이스가 주인공 카이 역을 맡았고, 이밖에 여성 힙합 듀오 메리제인과 D.O, KOHH는 물론 배우이자 레게 가수로도 활동 중인 큐보즈카 요스케 등 실제 가수들이 출연해 시선을 모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대사의 대부분을 랩으로 이어가는 점이다. 랩 음악 마니아들에게 반갑게 다가올 만한 부분. 특별히 신경 쓴 액션자막은 일본 랩을 따라가는 어려움을 줄여주는 것을 떠나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랩 가사 중 소노 시온 감독의 전작들이 언급되는 부분도 반갑다. 특히 국내 미개봉작인 '러브&피스'가 무사시노 사루의 정체성으로 설정된 점도 눈길을 모은다. 갱스터 랩의 '폭력'과 '힘'을 내세운 거친 집단들과 달리 '사랑'과 '평화'를 외치는 무사시노 사루가 힙합의 또다른 특징을 내세우는 부분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진=영화 '도쿄 트라이브' 스틸
사진=영화 '도쿄 트라이브' 스틸

무사시노 사루의 편에 있는 MC쇼 역의 소메타니 쇼타는 랩으로 이야기를 설명하는 내레이션을 맡아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하지만 전문 래퍼가 아닌 만큼 그의 랩이 관객들에게 어색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물론 영 다이스의 랩은 이들 중 가장 돋보인다. 또 큰 웃음을 주는 부분은 대사제의 욕설 랩과 붓파의 메이드가 펼치는 비트박스.

전반적으로 소노 시온 감독의 개성 넘치는 B급 정서는 여전하다. 이야기가 어디로 치달을지 모르는 종횡무진 스토리는 난장판의 상황으로 이끈다. '기묘한 서커스' '노리코의 식탁' '러브 익스포져' '차가운 열대어' '길티 오브 로맨스: 욕정의 미스터리' '두더지' '지옥이 뭐가 나빠' 등 잔혹함과 비극성을 장르 비틀기와 B급 스타일로 완성해온 소노 시온. 그가 만든 작품들의 연장선에서 '도쿄 트라이브'는 충실히 그 뒤를 잇고 있다. 물론 이전의 작품들보다 얌전해 보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도쿄 트라이브'는 소노 시온의 B급 정서를 랩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만화적 상상력을 그대로 살린 영화다. 마치 전 세계 아이들을 흥얼거리게 만든 '겨울왕국'의 성인판 같다. 힙합 마니아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며, B급 액션에 익숙한 영화 팬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물론 소노 시온 감독은 이보다 더욱 강렬하고 매혹적인 작품을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시도마저 개성 있게 살린 소노 시온 감독의 영화 세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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