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JTBC 금토드라마 ‘라스트’를 보면 낯익은 얼굴이 나온다. 지난 2011년 배우 발굴 기획으로 방송된 SBS ‘기적의 오디션’에서 최종 라운드까지 오르며 잠재력을 보여준 김베드로다. 벌써 4년이나 지났지만 짙은 눈썹에 날카로운 눈매는 여전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단단해진 연기 열정과 배우로서 재도약하기 위해 ‘김신’으로 개명했다. 지난 4년간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적의 오디션’에 출연했을 때에는 ‘이게 내 길이 맞나’ 기로에 서 있었어요. 방송이 끝난 뒤 소속사에서 나왔죠. 혼자 힘으로 부딪쳐 보고 싶었거든요. 직접 프로필을 만들어서 3년 정도 영화사나 광고사를 돌면서 인사 다녔죠. 하나씩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꼈어요. 오디션에서도 수십 번 떨어졌지만 배우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니 조급하지 않더라고요. 언제 주어질지 모를 큰 역할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김신은 다시 배우로 돌아오지 않아도 될만큼 먹고 살만했다. 모델로 업계에 발을 들인 뒤 여러 편의 광고에 출연하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던 그였다. 그렇지만 현실에 안주할 수 없었다. ‘기적의 오디션’ 출연 이후 배우의 길에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1년에 10여 편 정도 광고를 찍었어요. 그러다가 느낀 건 ‘돈을 잘 벌어야 성공인걸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죽기 전에 ‘과연 잘 살았나’ 되돌아볼 때 돈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더 의미 있겠더라고요. 이후 꾸준히 오디션을 보면서 때를 기다렸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니까요.”
간절히 원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김신은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기적의 오디션’ 출연 당시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배우 이범수의 전화였다. 기쁜 마음에 달려간 자리에서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이범수가 수장으로 이끄는 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에 최고참 배우로 합류해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동안 여러 번 굵직한 기획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을 때 단칼에 거절했던 그가 이범수의 말 한디에 앉은 자리에서 바로 손을 잡았다.
“‘기적의 오디션’ 때 이미숙 심사위원으로부터 훈련을 받아서 이범수 대표와는 실질적으로 호흡을 맞춘 적이 없어요. 외부에서 밤샘 촬영에도 연습실에 와서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퍼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범수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 인연이 닿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지난해부터 한솥밥을 먹게 됐네요. 저처럼 무명 시절을 겪고 성장한 배우이기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여러모로 큰 힘이 됩니다.”
‘라스트’ 출연은 먼저 캐스팅 된 수장 이범수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다. ‘끼워팔기식’ 배역 따내기가 아니라 여느 배우들처럼 당당히 오디션을 거쳐 얻은 결과다.
“오해 섞인 시선들을 알기에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못해낼 것도 아니라 생각했죠. 대표와 같은 작품에 출연하기에 얻은 여러 가지 혜택들이 있지만 제 힘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라스트’에서 김신은 곽흥삼(이범수)의 원수인 윤회장의 정통 아들로 최고 권력에 도전하는 살벌한 재벌 2세로 나온다. 윤회장의 신임을 받는 후처의 딸(구은애)을 상대로 실력 경쟁을 해야 하는 상처 많은 인물이다. 구은애의 도전을 막아내야 하는 위치다. 캐릭터가 이렇다 보니 요즘 인기 몰이 중인 영화 ‘베테랑’에서 광기 어린 재벌남 조태오 역의 유아인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아인이 구은애처럼 후처의 자식으로서 가진 것들을 지켜야 하는 모습을 연기했다면 저는 그 도전을 막아내는 재벌 2세죠. 정말 강한 톤을 가지고 연기를 했더니 감독님께서 ‘애 잡아먹겠다’ 하실 정도였어요(웃음). 중간부터 합류해서 캐릭터 잡는 데 힘들었어요. 더 노력해서 김신만이 보여드릴 수 있는 재벌 2세의 모습을 연기할 겁니다.”
김신의 연기 강점은 캐릭터를 이해하는 힘이 크다는 데 있다. 그 캐릭터에 완전히 젖어들지 않으면 시청자도 감동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 캐릭터도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연기를 하려니 힘들더라고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사람으로 이해하자’ 생각을 하게 됐어요. 캐릭터를 분석한 뒤 이해하려고 접근하니까 저도 모르게 공감대가 생기더라고요. 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연기로 진실되게 다가가고 싶어요.”
김신은 성실한 배우다. 20여 명 가까이 소속된 테스피스엔터테인먼트에서도 가장 부지런한 배우로 통한다. 지난 1년 동안 연기 훈련을 하며 3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거의 없다. 지난 2007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이건만 잔꾀 한 번 부리지 않았다. 오랜 길을 돌아 ‘라스트’를 통해 이제 배우로 우뚝 설 준비를 마쳤다.
“지나온 길을 생각해 보면 ‘그때 쉬운 길로 가도 됐는데’ 싶기도 해요. 늘 어려운 길을 택했죠. 아마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기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연기도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그래서 제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이유고요. 도전할 단계가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김신은 ‘라스트’를 기점으로 여러 편의 드라마와 영화 출연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연기에 임하는 열정적 자세, 때를 기다리며 쌓아온 인내력, 굴곡 있는 인생을 통해 다진 내공, 천의 이미지를 가진 얼굴까지. 몇 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중고 신인’ 김신을 기대해야 하는 이유들이다. 김은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