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여성 투톱 ‘미씽’의 제작 과정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제작 다이스필름) 이언희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갖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언급했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워킹맘 지선(엄지원)이 딸 다은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 한매(공효진)의 이름과 나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단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5일간의 추적을 그린다.
이언희 감독은 “영화 촬영이 작년 10월말에 끝났다. 1년 한달 정도 영화 후반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되게 많이 정리가 됐다”며 “영화를 찍으면서 직감적인 방향,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 시나리오도 그렇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논란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들을 깨달았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미씽’이 생각보다 되게 어려운 영화였구나 싶더라. 특히 지선과 한매의 캐릭터가 가장 논란이 됐다. 캐릭터를 어떤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각자 입장에서 다르게 볼 수밖에 없더라”고 운을 뗐다.
“‘미씽’을 두고 스태프들부터 많은 이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촬영 후반부에도 마찬가지였다. 난 여자이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 이 영화를 생각했는데 성별에 따라서 입장 차이가 크단 걸 알게 됐다. 정말 당황했. 덕분에 남편이 힘들어했다. 매일 아침 식사를 하면서 울분을 토했다. ‘넌 그렇지 않겠지만,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라고 말이다.(웃음) 개봉하고 나서 신기한 게 VIP시사회 후 뒤풀이에서 많은 이들이 ‘남편이 힘들었겠다’ ‘수고했다’고 그러더라. 그래 이 작업이 정말 힘든 거였구나 싶었다. 옆에서 들어주는 남편도 힘들었을 테지만, 그게 내 남편에게도 많은 교육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기존 남성 감독들이 지레짐작으로 선입견을 가졌던 전형적 모성애가 아니라, 여성 입장에서 본 현실적인 모성애와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때문에 남성 스태프들은 이해 못하는 지점이 있었다. 워킹맘인 지선이 염색을 한다는 것, 아이가 납치된 후 옷을 갈아입는 것 등등 모든 것들이 의견 충돌의 연속이었다. 지선은 엄마이기에 여자로 보일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 현장이었다.
이에 이언희 감독은 “같은 여성이라도 미혼여성과 결혼을 한 여성,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나이가 많은가 적은가에 따라 느끼는 게 달랐다. 감정이입을 하는 지점도 다르더라.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달랐다. 당장 닥친 현실이 반영되는 영화였다. 그래서 힘들었다. 이 영화를 너무 여성과 남성으로 가르기보다는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 차이가 있었단 걸 말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요즘 들려오는 영화 평이나 리뷰 캡처를 받았는데 다행히 메시지가 잘 읽히고 있는 것 같다”고 안심한 이언희 감독은 “내가 그리려고 했던 건 삶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주체적인 여성이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 이야기했다. 그 안에서 캐릭터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상황이 힘들고 약자이기에 당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려고 하는 여성을 그리는 것. 물론 그게 쉽지 않았다. 영화를 만드는 것도 사는 것과 똑같더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여성으로서 이 같은 현실에서 오래 살아왔고, 결혼까지 했잖나. 어릴 때부터 변화해가는 기대라던가 나 스스로 기대하는 것, 남이 기대하는 것들의 변화가 심하더라. 그러다보니 그 안에서 고민하던 것들이 이 영화에 반영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는 이언희 감독이었다. ‘미씽’에서 워킹맘 지선의 직업은 드라마 홍보대행사 팀장이다. 드라마 홍보를 위해 제작발표회를 진행하고 본방송 시청 후 리뷰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일을 주로 맡는다. 제작사와 배우 그리고 기자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기도.
이언희 감독은 “‘미씽’에서 지선의 직업이 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음악감독은 작업을 하면서도 지선이 작가라고 생각했다더라. 그래서 아니라고 홍보 담당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일반 대중이 보기엔 조금 어려운 면이 있나보더라. 조금은 설명해야 하는 면이 있긴 한데,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 안했다”고 설명했다.
“홍보사 직원은 기자나 작가와 비슷한 특징이 있지만 어쨌거나 지선은 일을 하는 보편적인 여성이다. 내가 그동안 봐왔던 직업이기도 하고, 주변에도 홍보사에서 일을 하는 이들이 있어서 그걸 어느 정도까지 리얼하게 표현하느냐에 중점을 맞췄다. 그래야만 워킹맘의 현실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드라마 제작발표회를 하는 날 첫 방송을 하는 게 현실과 비교하면 이상하다고도 이야기했다. 대부분 첫방송 전에 행사를 하니까. 그래도 그 정도는 영화적인 설정으로 받아들여줬으면 한다. 한편으로는 홍보사 직원이란 직업이 좋았던 게, 조사를 해보니 여성이 많이 일하는 분야더라. 특히 홍보라는 일의 특성상 여자의 친절함을 기대하는 면도 있더라. 세심해야 하잖나. 외적인 모습도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회사에 다니면 정장을 입는 직업보다는 여성적인 면도 부각시킬 수 있었다.”
“엄지원과 지선 캐릭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이언희 감독은 “이쪽 업계 사람들은 알잖나. 기자나 홍보 일이 쉽지 않은데다 그만큼 페이가 높지도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기자도 홍보사 직원도 사람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겉모습을 당연히 신경 쓴다. 그런 면에서부터 남성 스태프들과 부딪혔다. 남자들 입장에선 하이힐에 원피스를 입은 지선이 쉽게 말해 ‘된장녀’ 같은 느낌도 들었단다. 이 같은 입장차가 있었는데 난 지선이 꾸미는 건 프로페셔널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태프들을 설득했다. 사실 그런 편견들 있잖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겉모습도 허름하고, 운동화 신고 헤어스타일에도 신경 안 쓰고 말이다. 하지만 지선의 직업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거다. 솔직히 남자도 깔끔하고 잘 꾸미고 다니면 좋잖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씽: 사라진 여자’는 지난달 30일 개봉해 좌석점유율 1위에 오르며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