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첫 뮤지컬 무대에 처음 올랐던 2008년부터 꾸준하게 무대에 오르고 있는 리사는 방송과 가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무대 밖의 연기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리사는, 최근 영화 출연 소식도 전했다.
"손현주 장혁 선배님 영화 '보통사람'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가수 역할이다. 특별히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감사하게 연락을 주셨다. 가수 역할에 정말 가수가 필요하다고 하시더라. 현장에서 감독님께 짧게 나오지만 제 스타일로 표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교포 싱어로 설정을 부탁드렸다.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영어로 대사를 소화했다. 장혁 씨랑 잠깐 호흡을 맞췄는데, 정말 대단했다. 원래 내가 사람들에게 끌려나가는 정도였는데, 임팩트를 남기고 싶어서 맞는 장면으로 바꿨다. 자세한 것은 영화관에서 확인해달라(웃음)."
올해 뮤지컬 '영웅'을 시작으로 '더데빌', 예능, 영화, OST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리사는 또 하나의 뮤지컬 차기작 소식을 알렸다. 10년 만에 돌아오는 '록키호러쇼'에 하녀 마젠타 역으로 출연하는 것이다. 지난 13일 공개된 캐릭터 포스터에서는 탄탄한 바디라인이 돋보인 의상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파격적인 의상이었는데 너무 예쁘고 잘 어울렸다고 말하자 리사는 "주는 대로 입었는데, 예쁘게 나온 것 같다. 마음에 들었다"고 털털하게 답했다.
"'록키호러쇼'가 나한테는 새로운 변신이다.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어울린다고 생각되면 어떤 방향도 시도할 마음이 있다. 마젠타의 분위기도 처음인데, 사실 이런 역할이 나랑 잘 맞는다. 지금까지는 기회도 별로 없었고, 그런 역할이 나타나는 것도 흔치 않다. 마젠타는 개성 넘치는 하녀다.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뮤지컬에서 예쁜 주인공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생각한 것은 '나에게는 개성 있는 역할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정해진 공식대로 따르는 것이나 공주처럼 드레스 입는 역할은 이제 재미없다. 주인공이 아니라도 독특하고 재미있는 상황에서 빛날 수 있다면 만족한다. 그렇게 새로운 역할을 접하면서 연기 스펙트럼을 더욱 넓히고 싶다. 연기도 더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배우들이 맡을 수 있는 역할도 달라진다. 무대에 서는 포지션이 달라질 수도 있고, 귀엽고 아름답기만 한 역할 또한 영원히 할 수는 없다. 그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리사는 깊은 눈빛으로 배우로서 조금 달라진 생각을 전했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전에는 주인공만 바라봤다. 당연히 욕심도 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주인공도 좋지만, 오히려 빛나는 조연이 관객들의 가슴 속에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욕심이 많아서 무대에 한 번이라도 더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정말 바득바득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작품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그 역할로서 충분하게 수행했다고 관객들에게 비춰진다면 성공이라고 본다. 모든 배우가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해 만들면 작품이 좋아지는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다. 사실 마젠타도 그런 의미에서 할 수 있었다. 분량이 조금이라도 임팩트가 강한 역이다. 얼마나 나오는지보다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하다."
스스로 배역의 선택지를 넓힌 리사에게 앞으로 맡아보고 싶거나,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는지 물었더니 "백미치 있는 역할을 잘할 수 있다"는 의외의 답이 불타는 의지와 함께 돌아왔다.
"여러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안 해본 역할 다 해보고 싶다. 같은 배역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지 않느냐. 욕심 같아서는 예쁜 역할, 어린 역할도 하고 싶다. 그런데 20대 초반의 캐릭터들이 출연하는 작품이면 내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다. 물론 맡겨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지만(웃음). 차기작인 ‘록키 호러쇼’의 캐릭터를 잘 몰라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주인공인 쟈넷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제작사 측에서 어린 배우로 캐스팅 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되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다. 지금 보니까 마젠타가 나랑 더 맞더라. 금발에 띵띵 바보 역할, 나 그런 거 잘한다. 정말 나는 백치미 있는 여자 역할을 잘한다(웃음). 전 작품들을 하면서 느꼈다. 특히 '금발이 너무해' 엘리 우즈 같은 역을 하면 정말 잘 할 수 있다. 내게 온 역할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하고 싶다."
무대에서 잘 쌓아온 연기를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펼치고 싶다는 리사는 사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미지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더니 어릴 적부터 사극 팬이었다면서 잔뜩 신이 난 모습이었다.
"외국에 살면 한국적인게 더 그립다. 어릴 적에는 한복 입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가 나가시면 옷장에서 한복을 꺼내 입고 드라마 ‘용의 눈물’ 비디오를 보며 따라 했다. 너무 재미있었다. 중전 마마들이 옷깃에 손을 넣고 앞으로 모아서 가지런하게 서 있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 그래서 앞치마도 두르고, 수건으로 머리 올리고, 칫솔로 비녀 꼽은 채로 ‘여봐라’ 하면서 놀았다. 그때부터 사극에 대한 로망이 있다. 꼭 한번 해보고 싶다. '더데빌'에서 그레첸 하면서 악역도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번에 역할을 해보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미치는 여자 역할도 욕심난다."
끊임없이 역할에 대한 욕심을 내비치며 배우로서 성장 욕구를 불태우는 리사는 '악역과 미치는 역할을 맡고 싶다'는 용기를 심어준 '더데빌'에 대해 "역시 참여하기를 잘했다"고 언급했다.
"걱정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작이었기도 했고, 연습할 때 힘들어서 '이걸 왜 했지?'하고 100번을 생각했다. 매일 대사가 바뀌고, 동선에 변화가 생겼다. 물론 이지나 연출이 더 좋게 바꾸고 이유를 찾아주려 한 것은 알고 있지만, 공연 당일 날까지 변동 사항이 생겼다. 작품을 분석하고 더 빠져드는 것보다 대사 외우는 것에 급했다. X블랙과 X화이트가 함께 노래하는 부분이 생긴 것이 공연 4일 전인가 쯤이었다. 오랜만에 이지나 연출과 작품을 했더니 '우와' 싶었다. 그만큼 과정이 힘들었다. 그런데 이지나 연출과 한 번 작품을 하고 나면 엄청 단련되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된다. 처음 이지나 선생님과 함께 일한 조형균, 이예은, 장승조 배우는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웃음). 하고 보니 '역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배우로서의 욕심도 크고, 가수로서 노래도 하고 싶은 욕심쟁이 리사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일까.
"'빛나라은수' OST도 나왔지만, 가수로서 앨범은 항상 내고 싶다. 좋은 노래와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낼 것이다. TV에서 발라드를 부르고, 뮤지컬 연기로 선보인 내 모습은 다가 아니다. 내가 가진 밝은 면도 보여드리고 싶다. 그래서 방송도 더 많이 하려고 한다.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사진=민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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