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맛집

[OTT맛집] “13억 생겨도 출근합니다” 판타지 덜어내니 통했다…달라진 요즘 오피스물

입력 2026-09-26 09:00:00
    • 복사완료!

티빙 오리지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리뷰

‘로또 1등’, 하이퍼 리얼리즘X담백한 연기로 1위 석권

2020년대 오피스물, 시대상 투영해 온기 빠지고 냉기 더했다

사진=티빙 제공
사진=티빙 제공

[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로또 1등의 환상보단 현실 직장인의 고군분투를 택한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가 신파나 억지 로맨스 없이 흥행 중이다.

로또 당첨금 ‘13억원’으로는 서울에 내 집 마련 하나 힘든 것이 2026년에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현실. 따라서 이제 로또 당첨은 더이상 ‘인생 역전’의 열쇠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집 한채는 못 사더라도 갑자기 생긴 13억원은 팍팍한 직장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굉장히 든든한 ‘뒷배’가 될 수 있다.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즉 ‘믿는 구석’이 생기니 말이다.

“티빙XtvN도 석권” ‘로또 1등’, 하이퍼 리얼리즘X담백한 연기에 ‘승승장구’

사진=티빙 제공
사진=티빙 제공

티빙 오리지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희망으로 가득할 법한 설정에 미화를 얹는 대신 차가운 현실을 투영했다. 그리고 이 과감한 선택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작품 공개 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직장인 실존한다”, “과하지 않고 잔잔해서 좋다” 등 과장된 설정 대신 ‘하이퍼 리얼리즘’을 택한 전개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는 로또를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판타지가 아니라 직장생활에서 ‘비빌 언덕’이 돼주는 장치로 활용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제작진은 헤럴드뮤즈에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로또 1등’이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최대한 현실적인 직장생활 안에서 풀어내는 것이었다”라며 “로또 당첨자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그치기보다, 은태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면서 주변 동료들과 회사 안의 관계에도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설득력 있게 담고자 한 부분에 주목했다”라고 전했다.

사진=티빙 제공
사진=티빙 제공

성과도 뚜렷하다. 작품은 공개 2주 차 주중 구독 기여 2위에 이어, 주말(금~일) 구독기여 1위에 오르며 시청 경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새로운 K-오피스물의 탄생을 알렸다. 나아가 일본 디즈니+ 공개 첫 주 드라마 1위와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사진=티빙(TVING) 제공
사진=티빙(TVING) 제공

이러한 흥행에는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가 한 몫 했다. 드라마의 다소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설정마저도 연기력으로 몰입도 높게 승부했다. 특히 얼굴만 비현실적인 팀장, 이준혁 표 무덤덤한 대사 처리와 눈빛 연기가 극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간다.

이준혁이 맡은 공은태는 팀 안에서는 입지가 좁고, 밖에서는 ‘막내 팀장’이라는 이유로 사내 정치에 휘둘리는 인물이다. 묵묵히 버티며 노력으로 일궈온 그의 삶은 늘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덤덤한 온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대뜸 로또 1등에 당첨된다. 하지만 은태는 일확천금의 행운에 취하기보다 비로소 자신이 해온 일과 그 시간의 가치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바로 여기서 이 작품의 오피스물로서의 가치가 드러난다.

사진=티빙 제공
사진=티빙 제공

대리와 계약직 인턴, 팀장, 사원 등 직무별 고충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 특히 어린 후배를 팀장으로 맞이한 양준호(서현우 분)와 공은태의 초반 갈등, 그리고 차츰 만들어지는 팀워크는 잔잔한 극에 긴장과 재미를 불어넣는다.

관련해 제작진은 “로또 당첨 이후 달라지는 은태의 감정과 선택을 따라가며 보시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며 “처음에는 서로 삐거덕거리던 영업 5팀이 각자의 사정과 속내를 알아가며 어떻게 한 팀이 되어가는지, 다양한 직장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와 호흡도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개인주의 만연한 시대” 2020년대 오피스물, 온기 빠지고 냉기 더했다

사진=KBS, tvN 제공
사진=KBS, tvN 제공

그동안 오피스물은 끊임없이 등장했다. ‘직장의 신’과 ‘김과장’부터 ‘미생’,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까지. 이들 작품은 로맨스나 신파보다 직장생활의 현실을 정교하게 포착할 때 특히 큰 공감을 얻었다.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그런 의미에서 쿠팡플레이 시트콤 ‘직장인들’도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직장인들’에서 등장인물들은 근무 시간 중 주식 시황을 체크하고, MZ 사원과 끊임없이 세대 갈등을 겪고, 일을 덜 하고 조금이라도 편해지기 위한 눈치 싸움도 벌인다. 오늘날 회사의 풍경을 가감 없이 옮겨놓은 셈이다.

여기서 특징은 2020년대 오피스물일수록 대놓고 따뜻한 메시지보다, 강해진 ‘개인주의’를 비추며 온기보다 냉기를 더한다는 것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 평론가)는 “코로나19 이후로 대면 관계의 밀도가 떨어진 게 반영된 것 같다”며 “이는 시대상이 반영된 요즘 드라마의 특징”이라고 봤다.

직장인들3 캡처
직장인들3 캡처

그는 “그동안 회식문화도 바뀌고, 직장문화도 전반적으로 꽤 많이 바뀌었다. 특히 회사에서 감정을 최소화하는 게 일종의 트렌드가 됐는데, 이런 부분이 드라마에서 드러날 때 공감을 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윤 교수는 “요즘 회사는 굉장히 투명한 유리 안에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이를 표현하는 오피스 드라마 역시 조금은 차갑게 느껴지는 것 같다”라는 분석을 더했다.

‘김과장’이나 ‘직장의 신’ 등 과거 오피스물에서는 서사를 뒤흔들 만큼 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따뜻한 위로나 교훈적인 메시지가 전면에 등장하곤 했다.

반면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달라진 직장 문화를 반영하듯 구태여 작품의 온도를 높이지 않는다. 로또 1등이라는 판타지조차 인물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장치로 활용할 뿐이다.

사진=티빙 제공
사진=티빙 제공

“로또라도 된 거야?”

시종일관 ‘예스맨’이던 공은태가 처음으로 소신을 드러낼 때, 그의 상사는 이렇게 되묻는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만 아는 ‘뒷배’를 숨긴 채 미소 짓는다.

애석하게도 현실의 직장인들에게 공은태와 같은 13억원의 뒷배는 없다. 그래도 팍팍한 오늘을 버티기 위해서는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작은 믿는 구석 하나쯤 필요할지 모른다.

현실에 발을 붙인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가 오늘도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은 이유다.


als@heraldcorp.com

이 기사가 어떠셨나요?

MOST READ

MUSE SERIES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