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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지금?]‘지락실’ 케미 잃은 ‘우주떡집’‥본질 잃은 IP 확장 잔치

입력 2026-10-01 0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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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뽑고 메뉴 만들던 고흥의 재미‥서울 오니 그저 ‘공장형’

높아진 미션 난이도, 그만큼 사라진 ‘지락실’ 멤버 케미

팝업·게임·협업까지 IP 확장‥시청자보다 사업이 우선이었나

‘지구오락실’ 채널
‘지구오락실’ 채널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고생한 프로젝트는 (오히려) 잘 안 되더라. 꾸역꾸역 하는 프로그램은 잘 안 된다. 한 번에 그냥 ‘어? 이게 맞잖아!’ 해서 하는 게 잘 된다.”

나영석 PD가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밝힌 예능 제작에 대한 생각이다. 공교롭게도 이 말은 현재 방송 중인 tvN ‘우주떡집’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묘하게 겹쳐 보인다. tvN ‘뿅뿅 지구오락실’의 스핀오프 ‘우주떡집’의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이 고흥에서 직접 떡을 뽑고 장사하며 웃음을 만들어내던 초반과 서울 연희동 대형 팝업 매장으로 옮긴 후 분명한 온도 차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주떡집’은 ‘지구오락실’ 멤버들이 직접 떡집을 운영한다는 설정으로 출발했다. 특히 게임과 미션 중심이었던 ‘지구오락실’ 멤버들이 음식 장사에 도전한다는 점이 새로운 재미 요소가 기대됐다. 실제로 고흥에서 직접 떡을 뽑고 메뉴를 개발하며 서툴게 장사를 배워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됐다. 문제는 이들이 이제 막 손에 일이 붙기 시작한 순간, 프로그램이 또 다른 난이도를 찾아 서울로 이동하면서부터였다.

떡 뽑는 일, 분명 재밌었다‥고흥에서 빛난 음식 예능

‘우주떡집’ 방송캡처
‘우주떡집’ 방송캡처

고흥에서 ‘우주떡집’의 재미는 멤버들이 얼마나 고생하느냐보다 고생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 있었다. 처음에는 어설펐지만 직접 만든 메뉴를 내놓고, 주문을 처리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네 사람의 관계가 장사라는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윤식당’, ‘강식당’, ‘서진이네’ 같은 음식 예능에서 시청자가 보는 것도 음식 자체만은 아니다. 낯선 일을 맡은 사람들이 적응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고흥에서 주방팀 미미와 이영지가 장사에 익숙해지고, 홀팀 이은지와 안유진까지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을 때 다음 이야기가 기대됐다. 네 사람이 조금 더 편해진 상태에서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시점에, 프로그램은 서울행을 선택했다. 이영지가 첫날부터 서울에 가고 싶다고 했다는 설정을 계기로 고흥을 떠나는 흐름이 만들어졌지만, 대형 팝업부터 새로운 메뉴 준비까지 미리 세팅된 듯한 서울 장사는 오히려 방송적 장치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음식 예능에서 출연진에게 어느 정도의 장치와 미션을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출연진이 어떤 관계와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냐”라며 “처음에는 서툴렀던 출연진이 차츰 적응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서사가 된다.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상황을 만들면 오히려 출연진들간 소통할 여유가 없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고흥에서 만든 떡집은 어디로‥서울 떡집 매력 반감된 이유

‘우주떡집’ 방송캡처
‘우주떡집’ 방송캡처

서울 2호점은 고흥보다 규모가 커졌고 시스템도 달라졌다. 반면 메뉴는 직접 개발한 떡볶이 중심에서 떡버거 등 새로운 메뉴를 빠르게 배우고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고흥에서 ‘무엇을 만들어 팔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서울에서는 ‘얼마나 빠르게 만들어낼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여기서 프로그램의 핵심도 흔들렸다. 난이도가 높아진다고 재미가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출연진이 감당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서로 이야기할 시간은 줄었고, 손님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 장면도 줄었다. 주방과 홀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출연자들의 케미보다 실수와 혼란이 전면에 드러났다. 시청자가 보고 싶은 것은 ‘지락이들이 얼마나 고생하는가’만이 아니라 그 고생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가인데, 정작 이야기를 만들 여유가 사라진 셈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출연자에게 어려운 과제를 주는 것과 예능적으로 재미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라며 “출연진이 일을 해결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쓰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화나 관계성이 줄어든다. 난이도를 높이는 과정에서도 그 여유를 남겨두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음식 예능에서는 실수의 양보다 회복 과정이 중요하다. 실수하고, 배우고, 조금씩 실력이 나아지는 과정이 쌓여야 시청자도 출연진에게 정을 붙인다. 단순히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고 그것이 웃음의 주요 포인트가 되면 출연진의 매력보다 피로감이 더 쌓일 수 있다.

‘지락실’ IP 어디까지 확장될까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우주떡집’의 아쉬움은 서울 매장에만 있지 않다. 프로그램은 팝업스토어를 넘어 게임, 굿즈, 유제품 협업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지구오락실’의 팬덤이 큰 만큼, 사업 확장도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

다만,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사업적 확장이 따라오는 것인지, 사업적 확장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의 형태가 만들어진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고흥에서 시청자가 반응했던 것과 서울로 넘어오면서의 반응이 다른 이유는 사업 확장이 앞서 보였기 때문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예능 IP가 방송 외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잘 만들어진 콘텐츠라면 시청자가 좋아했던 캐릭터나 설정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도 “다만 콘텐츠가 IP 확장을 위한 수단처럼 보이기 시작하면 시청자가 이 프로그램을 왜 좋아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우주떡집’이 첫 방송 2.9%의 시청률로 시작해 1%대까지 떨어진 것도, 팝업에서 ‘굿즈가 너무 비싸구나... 혹시 양아치?’라고 손님이 메모를 남긴 일도 이를 방증한다.

‘우주떡집’을 두고 ‘나영석 예능이 끝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더 큰 매장, 더 많은 메뉴, 더 높은 업무 강도가 반드시 그만큼의 재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주떡집’에 필요했던 것은 서울의 대형 매장이 아니라, 고흥에서 이제 막 손에 일이 붙기 시작한 네 사람이 조금 더 오래 머무를 시간이었다. 직접 만든 떡을 팔고, 실수하고,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하루 장사를 마친 뒤 서로를 돌아보는 소소한 순간들이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진짜 콘텐츠다.


na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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