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뮤즈=김다영 인턴기자]“만약 내일이 오지 않는다면, 오늘 누구와 함께하고 싶을까?”
SBS ‘내 남은 연애’가 공개되기 전, 반응은 곱지 않았다. 암, 희귀질환, 생사의 기로라는 개인의 극한 경험을 연애 예능의 소재로 끌어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우려였다. “결국엔 ‘남의 아픔’을 파는 예능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그동안 연애 프로그램(이하 연프)이 보여준 것은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 지나간 연인을 향한 미련, 새로운 사랑을 선택하는 순간이었다. ‘환승연애’는 과거 연인과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솔로지옥’은 천국도와 지옥도를 오가며 낯선 남녀 사이에 피어나는 설렘을, ‘하트시그널’은 짧은 순간에 오가는 미묘한 감정을 포착해왔다.
사랑의 시작과 끝,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이 연애 예능을 지탱하는 주요 서사였다. 여기에 투병이라는 소재를 얹는 순간, 감동을 강요하거나 아픔을 전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프로그램의 실제 모습은 달랐다. ‘내 남은 연애’는 질병을 소재로 다루는 대신, 관계 이전의 질문을 꺼냈다. 출연자들은 한 번 이상 생사의 기로를 경험했거나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2030 청춘들이다.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이들에게 병은 예고 없이 찾아와 인생을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그런 이들이 다시 연애를 한다. 이들에게 연애는 단순히 누군가에게 끌리는 일이 아니라, 한정된 시간 속에서 누구와 하루를 나눌 것인지 선택하는 일이 된다. 어쩌면 이들에게는 사랑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삶에서 가장 큰 용기가 아니었을까.
이 지점은 프로그램의 핵심 장치인 ‘시간의 방’에서 더 구체화된다. 출연자들에게는 하루에 100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이를 원하는 상대에게 자유롭게 나눠준다. 서로에게 준 시간이 합쳐져 100분이 넘으면 데이트가 성사되는 구조다.
일반적인 연애 예능에서 호감은 문자나 데이트 신청으로 표현되지만, 이곳에서는 시간 자체가 호감의 단위가 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시간을 쓴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그러나 삶의 유한함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그 무게가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자기소개 방식이었다. 다른 연애 예능이 직업이나 매력 포인트로 자신을 어필하는 데 그친다면, 이곳 출연자들은 치열했던 인생의 한 페이지인 ‘투병 일기’로 자신을 소개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가장 큰 아픔을 꺼내는 일이지만, 각기 다른 병을 이겨낸 사람들 앞에서는 오히려 위로와 친밀감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스튜디오 MC의 역할 역시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뒷받침한다. ‘내 남은 연애’는 이세영, 정용화, 세븐틴 도겸과 함께 가수 최예나를 MC로 세웠다. 소아암의 일종인 림프종을 앓았던 최예나는 출연진들에게 남다른 유대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예능적 재미를 위해 배치된 관찰자가 아니라 같은 경험을 지나온 당사자가 진행을 맡은 것은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들었다.
관건은 이 진정성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느냐다. 회차가 거듭되며 커플 매칭이라는 최종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제작진은 시청률을 위해 갈등이나 삼각관계 같은 자극적인 연출의 유혹에 직면하게 된다. 투병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게 풀어낼 수 있을지, 흔들림 없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출연자들이 누군가에게 끌리고, 데이트를 하며, 관계를 선택한다는 점 자체는 기존 연애 예능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랑을 ‘삶의 시간’이라는 확장된 맥락 안에 놓았다는 점에서, 우려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기대 이상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연애 예능이 이제 ‘누구를 사랑할 것인가’를 넘어 ‘주어진 삶의 시간을 누구와 나누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남은 연애’가 보여준 도전은 충분히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kimdayoung@heraldcorp.com

![[씨네 4K]왜 모두 ‘오디세이’ IMAX를 노릴까..예매 전쟁의 이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21/news-p.v1.20260813.f4f015b352294832889e46319443bc05_T1.jpg?type=h&h=640)
![[뮤:초점]박위, CCTV 공개 논란보다 무서운 인성 털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0/news-p.v1.20260830.ab629481fb7b4ac5a157018878fcaca5_T1.jpg?type=h&h=640)
![[OTT 맛집]“4기 암 환자가 연애를?”..‘내 남은 연애’, 선 넘은 자극인가 진정성인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20/news-p.v1.20260817.e29aabdaf978484aa6f757e825718c3e_T1.png?type=h&h=640)
![[뮤:초점]아이유에게만 별일이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08/news-p.v1.20260808.0220dead95b6449b969434f961c7864b_T1.png?type=h&h=640)
![[뮤:초점]하영, ‘4대째 의사집안’이 뭐길래](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15/news-p.v1.20260815.3c0dbad7e8674ae0a25f52df57999a31_T1.png?type=h&h=640)
![[MUSE LIVE]“이제 시작, 우리의 시간 기대돼” 빅뱅 20년 내공 집대성한 ‘코스모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23/news-p.v1.20260823.5f1ae5e9bf8c462a875bb1a92ccf1af6_T1.jpg?type=h&h=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