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돌아온 ‘한국영화의 신인 등용문’
총 35회차 중 17회차 매진·좌석 점유율 92%
“앞으로도 한국영화의 놀라운 산실 될 것”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한국영화계 돌파구 모색하는 모두의 노력 일환”
국내 유일의 장르 경쟁 단편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가 4년 만에 부활했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지난 2002년 집행위원장 이현승 감독을 필두로 현직 감독들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감각의 영화를 발견하고 지원하고자 시작됐다. 김한민, 나홍진, 윤종빈 감독을 비롯해 구교환, 김고은, 안재홍, 최우식 등 스타 감독과 배우들을 배출하며 ‘한국영화의 신인 등용문’으로 불렸지만, 2021년을 끝으로 멈췄다.
그런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재정비를 끝내고 4년 만에 돌아오자 총 1891편의 작품이 출품, 역대 최다 출품이라는 기록을 달성하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헤럴드POP에 “위기가 심화될수록 도전적인 태도와 발칙한 상상력을 지닌 새로운 영화, 새로운 재능의 등장을 기대하는 건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라며 “미쟝센단편영화제가 한국영화의 ‘넥스트’를 이어갈 재능을 발견하는 자리이자 신선한 자극의 무대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단번에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는 어렵겠지만, 단편에 주목하는 미쟝센단편영화제가 벽에 부딪힌 한국영화계에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두의 노력으로 봐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4년 만의 부활..새 슬로건 ‘What’s Next?’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가 16일 개막해 5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0일 막을 내렸다.
올해 슬로건은 ‘What’s Next?’다. 급변하는 영화 산업 환경과 불확실한 생태계 속에서 익숙한 규범을 거부하고, 장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실험과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담았다. 불확실한 현재와 미래를 향한 과감한 질문과 탐색, 그리고 자유롭고 열린 감각으로 새로운 서사와 영화 언어의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영화제의 포부가 담겨 있다.
장재현 감독은 “지난 20회 동안의 미쟝센단편영화제 부제는 ‘I Love Short’이었다. 하지만 21회부터 ‘What’s Next?’로 바뀌었다”라며 “과거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은근하게 산업의 등용문 역할을 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대놓고 등용문이 되길 바란다”라고 응원했다.
특히 올해 영화제는 기존 섹션명을 전면 개편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사회적 관점을 다룬 드라마 ‘고양이를 부탁해’ ▲로맨스·멜로 ‘질투는 나의 힘’ ▲코미디 ‘품행제로’ ▲공포·판타지 ‘기담’ ▲액션·스릴러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5개의 장르별 경쟁 부문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섹션명이 20세기 해외 영화명을 따랐다면, 올해부터는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명으로 바뀌었다. 이는 동시대 한국의 신진 창작자들에게 깊은 영감과 자극을 준 작품들을 기억하고, 그 연대와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취지다.
또 하나의 변화로, 한국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폭넓게 조명하는 토크 프로그램 ‘딥 포커스’가 새롭게 론칭됐다.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감독이 참여한 단편 옴니버스 ‘극장의 시간들’ 특별상영과 연계해 영화 창작의 본질과 비밀을 탐구하는 ‘창작자 토크’, 그리고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과 대안을 모색하는 인더스트리 토크로 구성됐다.
영화제는 개막식과 인더스트리 토크를 제외한 총 35회차 상영 중 17회차가 매진됐고, 좌석 점유율은 92%를 기록했다. 총 7500명의 관객이 참여, 장르 단편영화만의 매력을 그리워하고 기다려온 관객들의 열기를 고스란히 증명했다.
엄태화부터 김다미까지..감독·배우 한뜻 모아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는 엄태화, 윤가은, 이상근, 이옥섭, 장재현, 조성희, 한준희 감독 등 7인이 집행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위원으로는 김성수, 김성훈, 이종필, 임선애, 강형철, 김한결, 이경미, 유재선, 이충현 감독이 함께했다. 여기에 배우 주지훈, 박정민, 전종서, 김태리, 김다미가 명예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영화제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위기를 맞은 한국 영화계에 단비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뜻을 모았다.
주지훈은 소속사 블리츠웨이엔터테인먼트를 통해 “2019년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를 맡았을 때 출품작들을 평가한다는 마음보다는 미래의 클라이언트이자 동료가 될 감독님들이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감상하고, 그 세계 안에서 내가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라며 “오랜만에 미쟝센단편영화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좋은 단편 작품들은 늘 한국 영화 시장에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확인시켜 왔다. 또 개인적으로는 배우로서 지닌 경계를 다시 점검하게 해주는 자극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새로운 세대의 창작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라고 털어놨다.
김다미는 소속사 UAA를 통해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미쟝센단편영화제를 심사하면서, 무엇보다도 한국영화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라며 “미약하더라도 제 경험과 시선이 그 길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공식 트레일러에는 김고은, 구교환이 출연으로 지원사격했다.
대상은 없었지만..새 얼굴들의 약진 빛났다
미쟝센단편영화제의 대상은 최우수 작품상 가운데 1편을 심사위원단이 만장일치로 선정해야 하는 만큼, 쉽게 나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총 4편의 작품만이 대상을 수상했으며, 4년 만에 돌아온 제21회에서도 대상작은 선정되지 않았다.
대상작은 나오지 않았지만, 경쟁 부문에서 신인 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최우수 작품상과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등 다양한 부문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한영화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김성수 감독은 “미쟝센단편영화제는 기존의 감독들이 미래의 감독들을 발굴하는 영화제다. 유명한 감독과 영화 대신, 이미 그런 영화를 만든 감독들이 새로운 감독들에게 무엇을 만들었는지 묻는 영화제다. 이런 방식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앞으로도 한국영화의 놀라운 산실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경쟁 부문의 최우수 작품상은 ▲‘고양이를 부탁해’-‘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남소현 감독 ▲‘질투는 나의 힘’-‘거짓거짓거짓말’ 황진성 감독 ▲‘품행제로’-‘자매의 등산’ 김수현 감독 ▲‘기담’-‘스포일리아’ 이세형 감독 ▲‘인정사정 볼 것 없다’-‘포섭’ 김건우 감독에게 각각 수여됐다.
이어 심사위원 특별상은 ‘품행제로’-‘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 임지선 감독에게 돌아갔으며 ▲촬영상 ‘고양이를 부탁해’-‘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이정홍 촬영감독 ▲배우상 ‘품행제로’-‘자매의 등산’ 배우 심해인&‘인정사정 볼 것 없다’-‘포섭’ 배우 이학주 ▲앙상블 연기상 ‘품행제로’-‘미미공주와 남근킹’ 배우 이화원, 정창환 ▲관객상 ‘질투는 나의 힘’-‘벚꽃 종례’ 권영민 ▲베스트 무빙 셀프 포트레이트상-‘버섯이 피어날 때’ 이종서 감독이 차지했다.
이번 수상작들은 오는 11월 15일부터 21일까지 네이버 치지직을 통해 볼 수 있으며, 오프라인 상영은 11월 15~16일 양일간 메가박스 구의 이스트폴에서 진행된다.
한국영화계의 돌파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아 4년 만에 재개된 미쟝센단편영화제는 내년 제22회 개최 역시 예고했다. 한국영화의 ‘넥스트’를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이 영화제가 팬데믹 이후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 앞으로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지 기대가 모인다. 다시 시작된 미쟝센단편영화제가 ‘한국영화의 신인 등용문’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이어가면서도, 이제는 그 기대에 걸맞은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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