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지금?

[엔터, 지금?] “남의 연애가 제일 재밌다” 혼자 보던 시절은 끝…본편 이어 리액션까지 봐야 ‘완성’

입력 2025-11-08 08:00:00
수정 2026-01-17 0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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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프로그램, 야구 생중계 등 리액션 콘텐츠 성행

‘같이 보기’는 본능적인 즐거움…사회적 시청의 진화

티빙, ‘같이 볼래?’ 시리즈로 OTT 문법 새로 제시한 이유는?

환승연애4 9화 예고 썸네일. [티빙 제공]
환승연애4 9화 예고 썸네일. [티빙 제공]

[헤럴드POP=김민지 기자] “남의 연애만큼 재밌는 게 없다”

콘텐츠를 보고 뜯고 맛보고 즐긴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쏟아지는 리뷰 콘텐츠, 그리고 이를 찾는 시청자들의 눈에 조회수는 단숨에 20만회를 넘기 부지기수.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한 번쯤은 찾았을지 모르는 ‘남의 연애’, 그리고 ‘남의 반응’이다.

헤어진 연인과 마주치는 것도 힘든 일인데, 한 집에서 생활하기까지 한다. 여기에 전 연인의 옆에 새로운 사람들은 더해지고, 과거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재회와 새출발 두 갈림길에서 시시각각 서로의 동태를 살핀다. <환승연애> 컨셉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이용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심리 상태에 몰아넣는 이 시스템은 “나라면 어떨까”라는 가정을 절로 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른 사람은 어떨까”하는 생각은 수많은 리액션 콘텐츠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왜 같이 봐야 재밌을까?” 정서적 동반감이 부른 ‘사회적 시청’의 결과

[‘환승연애4’ 리액션 유튜브 캡쳐]
[‘환승연애4’ 리액션 유튜브 캡쳐]

어느덧 4번째 시즌을 맞이한 <환승연애>는 초반 우려 대비 휘몰아치는 전개와 새로운 장치 도입 등으로 매주 공개될 때마다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에 상응하듯 리액션 유튜브 또한 연일 상승세다.

지난 3일 티빙에 따르면 <환승연애4>는 5주 연속 주간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8일 기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TV-OTT 통합 화제성 순위에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명실상부 연애 프로그램의 대세임을 입증했다.

이에 덩달아 신이 난 건 리뷰 콘텐츠다. 이들은 별다른 부연 설명도 붙이지 않는다. <환승연애4> 리뷰 또는 리액션 이 두 단어만으로도 콘텐츠는 충분한 화제를 모으고 있기 때문. 환승연애 리액션 하나로 독보적인 유튜버 반열에 오른 ‘찰스엔터’ 채널의 기본 조회수는 100만회로, 이번 시즌 1~2화를 묶은 조회수는 150만회에 다다른다.

이처럼 사람들은 콘텐츠의 본편을 본 다음 리액션 영상으로 같은 영상을 재차 소비한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비슷한 포맷의 영상에 단순한 유행인가 싶다가도, 이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전문가는 이야기한다.

최민아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조교수는 오늘날 ‘같이 보기’ 현상에 대해 “혼자 보는 시대에 ‘함께 경험하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이 다시 나타난 현상으로, 미디어 시청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행위며 다른 사람과 함께 볼 때 전혀 다른 심리 과정이 작동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우리는 타인의 반응을 함께 보며 웃고 놀라면서 ‘함께 있는 느낌’을 경험하는데 이런 정서적 동조는 즐거움을 증폭시키고 외로움을 완화한다”며 “이는 ‘정서적 동반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환승연애4’ 리액션 유튜브 캡쳐]
[‘환승연애4’ 리액션 유튜브 캡쳐]

하나의 콘텐츠를 함께 향유하며 감상을 나누는 게 곧 즐거움을 배가시킨다는 소리다. 임소혜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역시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를 함께 즐기는 ‘사회적 시청’ 현상이 리액션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미디어 콘텐츠가 대화소재로 작용하는 건 미디어 콘텐츠의 오랜 기능 중 하나인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가 이러한 교류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더 흥미로운 건, ‘같이 보기’ 콘텐츠를 통해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민아 교수는 “인간은 복잡한 장면을 해석할 때 타인의 해석을 참고해 판단을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같이 보기’ 콘텐츠에서 패널이나 크리에이터의 반응을 보며, ‘무엇을 어떻게 느껴야 할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학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같이 보기’는 단순한 시청이 아니라,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해석이 동시에 이뤄지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경험인 셈. 혼자 보더라도 함께 의미를 만드는 새로운 심리 구조가 도파민을 자극하는 것이다.

하지만 타인의 해석에 기대는 건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임소혜 교수는 “리액션 진행자가 등장인물의 심리를 분석하면서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나름의 분석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동의를 모으거나 혹은 논란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대중들은 콘텐츠에 대한 방향을 결정 짓기도 한다”고 현상을 진단했다.

최민아 교수 또한 리뷰 콘텐츠를 “‘해석 공동체’의 디지털 버전”이라면서 “시청자들은 영상을 함께 보며 각자의 해석을 공유하고 그 과정을 통해 사회적 규범이나 정서적 판단의 기준을 만들어가는데, 이때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타인의 해석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돼 비판적 감상 능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봤다.

수용적인 태도가 자칫 판단을 그르칠 수 있기에 집단적 감정과 해석을 향유하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OTT 새 문법 제시한 티빙, 콘텐츠 만들고 리액션까지…우리가 직접 한다

[티빙 제공]
[티빙 제공]

본편을 보고 리액션까지 보는 게 하나의 콘텐츠 소비 과정이 된 지금, 이는 비단 연애 프로그램에만 적용되는 사례는 아니다. 특히 야구 열풍이 크게 일었던 올해는 야구 중계를 셀럽들과 같이 보는 프로야구 중계 티빙 <팬덤중계>도 인기를 모았다.

티빙은 이외에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는 이례적으로 시청자와 함께 보는 라이브 콘텐츠를 적극 제공해 왔다. 그중 대표는 ‘같이볼래?’ 시리즈다. 해당 시리즈는 티빙 오리지널과 tvN 인기작, 독점 공개작 등을 호스트와 함께 실시간 또는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시청하며 소통하는 콘텐츠다.

[티빙 제공]
[티빙 제공]

특히 지난 추석 연휴 침착맨이 ‘같이볼래?’를 통해 시청자와 <귀멸의 칼날> 전편을 함께 몰아보며 큰 화제를 모았다. 티빙에 따르면 해당 라이브는 OTT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의 장시간 연속 스트리밍 방식을 도입한 첫 사례로, 티빙 동시간 전체 라이브 채널 중 실시간 시청 점유율이 최대 50%에 육박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유튜브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한 리액션 및 같이 보기 콘텐츠가 어느새 OTT로 확장한 것. 이와 관련해 티빙 관계자는 “OTT는 본질적으로 ‘개인화된 시청 경험’을 제공하지만, 이용자들은 동시에 ‘같이 본다’는 즐거움도 원하고 있다”며 “티빙은 이용자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 단순한 시청을 넘어 실시간 소통형 경험을 만들고자 했다”고 ‘같이 볼래’를 도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하나의 콘텐츠에 댓글로 소통하며 반응하는 건 새로운 형태의 포맷은 아니다. 과거 아프리카TV와같이 개인 스트리머 시대가 포문을 연 시절이 존재했기 때문. 그러나 현시대의 소통 콘텐츠는 그때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

최민아 교수는 “과거의 1인 방송은 ‘자기표현 중심의 퍼포먼스 콘텐츠’로서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일상이나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며 감정을 드러내면, 시청자는 그 감정에 반응하는 식이었는데 지금의 리뷰 콘텐츠나 ‘같이 보기’ 문화는 그보다 한 단계 진화해 콘텐츠 자체보다 그걸 어떻게 해석하고 느끼는가, 즉 ‘해석의 과정’을 함께 즐기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티빙은 이러한 특성을 살려 ‘같이볼래’ 시리즈를 이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티빙 관계자는 “‘같이볼래’는 OTT의 장점인 개별 시청과 ‘티빙톡’을 통한 방송의 실시간 반응성을 결합한 티빙만의 하이브리드 포맷으로, 핵심 인터랙티브 서비스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티빙 제공]
[티빙 제공]

이처럼 오늘날 시청자들은 리뷰 콘텐츠를 통해 대리적인 감정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감정이 증폭돼 과몰입을 유발하기도.

무엇보다 연애 예능의 경우, 일반인이 대상이기 때문에 지나친 비판은 더 큰 화살로 작용할 때가 있다. 드라마에서 ‘캐릭터’를 비난하는 것과 달리 연애 프로그램 속 인물은 ‘실존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임소혜 교수 또한 이 점을 지적했는데, 그는 “콘텐츠 속 특정 인물에 대해 검증이 뒷받침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섣부른 여론몰이는 주의해야 할 점”이라며 “팩트체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다수의 시청자들이 혼돈할 수 있는 의견도 쉽게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풍성한 리뷰는 재미를 더하지만, 어쩌면 타인을 향한 비판과 이로 인한 고통에 무뎌지게도 만든다. 어디에나 내가 모르는 면은 존재하는 법. 따라서 “나라면”이라는 가정과 함께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다.


al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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