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지금?

[엔터, 지금?] “환승연애 몇 시에 나오지?” OTT도 ‘본방사수’ 시대

입력 2025-11-27 08:00:00
수정 2026-01-17 0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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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티빙·쿠플 등 OTT, 편성 전략 도입으로 시청자 잡기 나섰다

시즌제 프로그램, OTT에서 피할 수 없는 ‘안전한 선택지’

OTT 장수 예능은 ‘매 시즌 재설계되는 IP 패키지’인 격

[챗 GPT를 사용해 제작했음]
[챗 GPT를 사용해 제작했음]

[헤럴드POP=김민지 기자]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해진 시간도, 분량도 없이 시청자들의 일상에 ‘자유’의 형태로 안착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새로움으로 무장한 채 시작했다. 여기에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트렌디한 콘텐츠는 OTT에 머무르게 하는 이유가 됐다.

그러나 최근 OTT는 새로움에서 탈피하며 익숙한 TV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OTT에서만큼은 콘텐츠 선택과 시청 시간 등 모든 것에 능동적이던 시청자들이 다시 편성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이다.

“OTT의 TV화는 퇴행 아닌 전략적 진화”…넷플·티빙·쿠플→시청자 잡기 나섰다

[넷플릭스 화면 캡처]
[넷플릭스 화면 캡처]

국내 OTT 이용자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지난 2월 말부터 오후 5시마다 요일별 신규 예능프로그램을 한 편씩 공개하고 있다. TV처럼 매주 한 편씩 공개하는 ‘편성’ 전략을 제대로 꺼내든 셈.

넷플릭스는 예능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새로운 전략을 내세웠다. 하루에 전 회차를 공개했던 기존 문법을 깨고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4주에 걸쳐 콘텐츠를 공개한 것. 덕분에 시청자들은 한 달 이상 넷플릭스에 머무르게 됐다. 이는 서비스 초기부터 드라마를 매주 2회씩 공개해 온 디즈니플러스와 쿠팡플레이와 비슷한 모습이다.

이처럼 ‘방송 시간’에 맞춰 움직이던 시청자들은 점차 콘텐츠 ‘공개 시간’에 리듬을 맞추고 있다.

[티빙 화면 캡처]
[티빙 화면 캡처]

“퇴근길 지하철에서 다 같이 보겠는데?” 최근 오후 8시에서 6시로 공개 시간이 바뀐 <환승연애4> 소식에 나온 반응이다. 이렇듯 오늘날 시청자들은 과거 TV 앞에 시간 맞춰 앉아 본방 사수를 하던 것과 비슷하지만 다른, 색다른 ‘본방 사수’를 경험하는 중이다.

이에 박민서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요일제·순차공개·시즌제 운영은 전형적인 ‘편성 중심’ 전략으로, 이는 OTT가 초기의 무한정 선택과 몰아보기 중심 모델이 가진 피로감을 인지한 데서 비롯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미 수천 개의 콘텐츠 안에서 ‘무엇을 볼지 선택하는 피로감’을 경험하고 있는 오늘날 OTT 시청자에게 요일제 편성표와 순차공개는 이 피로감을 줄이고, 예상할 수 있는 소비 패턴을 만들어 콘텐츠 노출을 높이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OTT의 TV화는 퇴행이 아닌, 시청자 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진화”라고 봤다.

유우현 인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또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과거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면 습관적으로 TV를 틀고 특정 시간에 특정 예능을 챙겨봤던 것처럼 이제 OTT 플랫폼에 한 번 들어오면 쉽게 이탈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찾아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유 교수는 “OTT가 편성 전략을 제시하는 건 새로운 시청자(구독자) 유입을 통해 시청자를 확대하려는 전략보다는 기존에 유입된, 어느 정도 충성도 높은 OTT 구독자층을 더 오랜 시간 머물게 유도하기 위한 성격이 더 강하다”고 봤다.

유 교수는 그러면서 과거와 달라진 OTT 양상을 짚었다. 그는 “TV에 비해 능동적 시청과 콘텐츠 선택권에 있어서 자율성이 높았던 OTT의 초기 매력과는 조금 상반된 부분”이라면서 “시청자 스스로는 내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선택해서 즐겨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에 종속되고 실제로는 수동적 시청자로 다시 돌아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전했다.

한편 박민서 교수는 “시청자 입장에선 다른 사람들과 동시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리듬감 있는 소비 방식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고 봤다. 하나의 콘텐츠에 리뷰 콘텐츠만 수두룩인 요즘, 함께 보고 즐기는 커뮤니티성 소비 욕구가 강화된 지점을 이야기한 것.

[티빙 제공]
[티빙 제공]

실제 티빙은 시청자와 함께 보는 라이브 콘텐츠를 적극 제공해 오고 있다. 그중 대표는 ‘같이볼래?’ 시리즈다. 해당 시리즈는 티빙 오리지널과 tvN 인기작, 독점 공개작 등을 호스트와 함께 실시간 또는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시청하며 소통하는 콘텐츠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같은 IP에 ‘새 시즌’ 옷 더하기…OTT에 자리 잡은 장수 예능

OTT에서 느껴지는 TV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IP(지적 재산권)에 눈이 휘둥그레졌던 OTT 초창기와 달리, 오늘날 OTT 예능은 같은 IP에 ‘새 시즌’ 옷을 입고 재등장하고 있다. 이에 게스트만 바뀐 TV 장수예능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2025 상반기 비드라마 화제성에서 ‘시즌제 프로그램’은 상위권을 차지했다. SNL7이 4위를 기록했으며 이어 ▷월드오브스우파 ▷데블스플랜:데스룸 ▷하트페어링 ▷솔로지옥4 ▷뿅뿅 지구오락실3 순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시즌제 프로그램은 수개월 단위로 방영되고 휴지기를 갖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높은 사전 기대감 속에 출발해 유리한 조건에서 화제성 조사에 포함되기도 한다.

‘연애프로그램 명작은 시즌2’에서 나온다는 말이 보여주듯 이미 OTT 연애프로그램의 시즌제는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연애프로그램만의 현상은 아니다. 피지컬 시리즈와 흑백요리사 등 서바이벌형 예능도 시즌제로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무엇보다 요일제를 도입한 넷플릭스의 경우 유달리 기존 IP의 확장이 눈에 띈다. 최근 가을맞이 개편을 하며 선보인 일일예능 모두 ‘시즌제 프로그램’일 정도다. ▷옷장전쟁 시즌2 ▷미친맛집 시즌4 ▷장도바리바리 시즌3 ▷도라이버 시즌3가 이에 해당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시즌제 예능의 출연에 “처음부터 정해진 회차나 시즌 수를 염두했다기보다, 한국 시청자들이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 방향성이 더 컸다”며 “시청자 반응과 작품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누적되면서 이어진 결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매 시즌마다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특히 흥행이 입증된 IP들을 연이어 탄생시킨 넷플릭스는 앞으로도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피지컬:100>, <흑백요리사>, <솔로지옥>처럼 많은 분이 꾸준히 즐겨 주시기 때문에 다음 시즌을 만들 수 있어 기쁘다”며 의미 있는 성과에 주목하고 있음을 밝혔다.

학계에서는 시즌제는 OTT에서 피할 수 없는 가장 ‘안전한 선택지’라고 보고 있다. ‘충성도 높은’ 이용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독형 서비스라는 이유에서다.

박민서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OTT는 구독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 이탈을 막기 위해 ‘기다리게 만드는 콘텐츠’가 필요했고 마침 잘된 IP는 리스크가 낮고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계속 확장된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시청자 관점에서도 새로운 포맷보다 익숙하고 안정적인 세계관·캐릭터·관계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이는 K-예능뿐 아니라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짚었다.

유우현 인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역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라도 충성도 높은 이른바 진성 시청자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경향성이 짙어지고 있는 요즘”이라며 “잘된 IP의 경우는 이미 어느 정도 매니아층이라 부를 수 있는 시청층이 확보가 됐기 때문에 시즌제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덜하고 제작도 효율적”이라고 불가피한 현실을 말했다.

[SBS 런닝맨 제공]
[SBS 런닝맨 제공]

다만 OTT의 장수예능과 TV 장수예능은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 박민서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런닝맨>,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TV 장수예능은 공중파 편성표 안에서 매주 ‘거의 실시간 제작’과 시대 이슈 반영을 기반으로 생명력을 유지하는 반면, <피지컬100>, <SNL>과 같은 OTT 장수예능은 시즌 단위로 기획·촬영·유통되며, 한 시즌이 ‘하나의 패키지’처럼 완결성 있게 제작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TV 장수예능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쌓이는 역사’라면, OTT 장수예능은 ‘매 시즌 재설계되는 IP 패키지’에 가깝다는 것. 박 교는 “따라서 현재 OTT의 IP 집중 현상은 새로운 포맷 제작 능력이 떨어졌다기보다, 데이터 기반 소비 환경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이동한 결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짚었다.

유우현 교수 또한 “콘텐츠 시장의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파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OTT와 TV 모두 새로운 신규 시청자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이미 확보된 시청자를 더 충성도 높은 고관여도 시청자로 만들려는 불가피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야말로 콘텐츠 범람의 시대다. 무수한 볼거리가 쏟아지는 요즘, OTT는 콘텐츠 솎아내기를 자처하며 시청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해 이들이 더 오래 머무르도록 하고 있다. 이때 OTT와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건 시청자 본인. 다양한 선택지를 보다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현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al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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