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지금?

[엔터, 지금?] “트럼프까지 뛰어들었다” 넷플릭스×워너브라더스 ‘초대형 인수전’… 韓 티빙·웨이브 합병 시계 올스톱?

입력 2025-12-13 08:00:00
수정 2026-01-17 00: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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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106조원 인수…독과점 우려 변수

다시 움직인 파라마운트에 트럼프 “시장 점유율 봐야”

KT가 발목? 티빙X웨이브 합병은 제자리걸음

“국내 OTT 합병, 글로벌 경쟁력 위해 불가피”

[챗 GPT를 사용해 제작했음]
[챗 GPT를 사용해 제작했음]

[헤럴드POP=김민지 기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계 1인자 넷플릭스의 몸집이 더 커질 모양새다. 100년 전통의 미국 영화 제작·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를 넷플릭스가 인수하기로 나섰기 때문. 이 계약이 성사되면 스트리밍 기업이 정통 미디어 기업을 집어삼키는 첫 사례가 된다.

반면 넷플릭스에 대항하려던 국내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시계는 좀처럼 흐르지 않고 있다. 무엇이 이들의 시간을 느리게 가게 하는 걸까.

“워너 잡아라” 다시 움직인 파라마운트, 넷플릭스 ‘독과점 우려 돌파’로 승기 쥘까

캘리포니아 버뱅크 소재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의 DC만화의 슈퍼히어로 섹션을 한 방문객이 둘러보고 있다. [AP=연합 자료]
캘리포니아 버뱅크 소재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의 DC만화의 슈퍼히어로 섹션을 한 방문객이 둘러보고 있다. [AP=연합 자료]

워너브러더스는 슈퍼맨과 배트맨, 해리포터 시리즈 등 영화는 물론 프렌즈 같은 드라마까지 갖고 있는 명실상부 할리우드 거대 미디어 기업이다. 심지어 지난 2022년에는 디스커버리와 합병을 거치며 영향력은 더 커졌다.

따라서 스트리밍 기반 OTT 기업인 넷플릭스가 지난 5일(현지시간) 워너브러더스를 720억 달러(한화 약 106조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사실에 전 세계는 요동쳤다.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가 보유한 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도 합치기로 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우려로 가득하다. 넷플릭스가 시장을 독과점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결국 소비자들이 일어났다. 지난 8일 미국 소비자 집단은 넷플릭스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단 하나,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막아달라는 것. 소송을 낸 소비자들은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 거래가 스트리밍 시장의 경쟁을 약화하고 구독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미국의 ‘클레이튼법’에 근거해 제기됐다. 이는 기업이 지나치게 커져 시장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해칠 가능성이 있으면 사전에 합병을 막을 수 있도록 한 반독점법이다.

업계에서는 워너브러더스가 OTT에 합병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전통 영화 산업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작 영화를 영화관에서 짧은 시간 개봉한 뒤 곧바로 넷플릭스에서 상영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지점 때문이다.

박민서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본인 제공]
박민서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본인 제공]

박민서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극장 산업은 콘텐츠 공급권을 OTT에 더 의존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극장과 OTT의 힘의 균형이 OTT 중심으로 결정적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서랜도스는 “이번 인수로 워너 영화에 대한 접근 방식이 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비판에 대처했지만, 앞서 광고형 요금제와 구독료 인상 등으로 한 차례 비판을 받은 넷플릭스인 만큼 논란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던 와중 앞서 넷플릭스와 입찰 경쟁을 벌인 파라마운트가 다시 움직이며 합병 판국은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파라마운트는 최종 승인 권한을 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등에 업었기에 넷플릭스 측에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을 터.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미디어·콘텐츠 기업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이하 파라마운트) 글로벌 사무실 건물 모습. [로이터]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미디어·콘텐츠 기업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이하 파라마운트) 글로벌 사무실 건물 모습. [로이터]

영화 제작사인 파라마운트는 7일(현지시간) 워너브라더스 주요 주주들을 상대로 주당 30달러에 주식 매입을 제안한다고 공개했다. 넷플릭스가 인수하기 전에 자사 주주들에게 워너 주식을 30달러에 매입할 것을 요청한 셈.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엘리슨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오라클 창업자 겸 CEO 래리 엘리슨의 아들이다. 따라서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두고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 간 경쟁에 다시 불이 붙자 시장의 눈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향했다.

그러나 지난 8일 트럼프는 “시장 점유율이 얼마나 되는지 봐야 한다”며 “그들 중 누구도 특별히 제 친구는 아니다. 저는 그냥 옳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오히려 트럼프는 워너브러더스가 소유하고 있는 CNN에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하며 인수 과정에 새로운 변수를 제시했다.

트럼프는 지난 10일(현지시간) CNN에 대해 “현재 그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매우 부정직한 집단”이라며 “그 집단이 계속 운영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CNN은 다른 것들과 함께 매각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을 두고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가 CNN의 새로운 소유권이 포함되지 않은 워너브러더스 거래에 반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민서 교수는 이번 M&A(인수합병)에 대해 ‘IP(지적재산권) 경쟁 시대 본격 개막’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OTT 간 경쟁의 무게중심이 ‘구독자 수’에서 누가 더 강력한 IP를 독점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넷플릭스는 워너 인수를 통해 프랜차이즈 IP 기반의 장기 시리즈·확장 세계관 구축 능력까지 확보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디즈니·애플·아마존 등과의 경쟁에서도 결정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넷플릭스 몸집 키우는데…토종 OTT 출격에 기대 높인 티빙·웨이브는 ‘지지부진’ 왜?

[티빙 제공]
[티빙 제공]

한편 OTT 몸집 키우기는 한국 미디어 산업에서도 여전히 주목받는 부분이다. 국내 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 국내 2·3위 OTT인 이들은 1위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토종 OTT 탄생으로 기대를 한껏 모았으나 2년 가까이 ‘주목만’ 받고 있다.

지난달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CJ ENM은 “합병 시기는 이해관계자 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히며 더뎌지고 있는 합병 상황을 언급했다.

조성현 티빙 최고사업책임자(CBO)가 지난 9월 19일 서울 압구정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TVING x Wavve 통합 미디어데이’에서 통합 광고 플랫폼 출범을 알리고 있다. [티빙 제공]
조성현 티빙 최고사업책임자(CBO)가 지난 9월 19일 서울 압구정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TVING x Wavve 통합 미디어데이’에서 통합 광고 플랫폼 출범을 알리고 있다. [티빙 제공]

티빙과 웨이브는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도 받았지만, 티빙의 2대 주주인 KT의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가 이에 반대하면서 절차가 약 2년 동안 지연됐다.

지난 4월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은 “합병이 티빙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는데, 이들로선 IP TV가 핵심사업이라 난항이 이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민서 교수는 “KT는 IPTV가 주력 사업이고, IPTV 가입자 유지에 OTT 독점 콘텐츠가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며 “만약 티빙·웨이브가 합병해 강력한 토종 OTT로 자체 구독 모델을 강화하면, KT 측에서는 IPTV 가입자 이탈과 IPTV VOD 수익 감소 등까지 고려해 단순 지분 이해관계를 넘어, 자사 방송 플랫폼의 근본적 경쟁력 약화를 우려할 것”이라고 봤다.

설상가상 KT가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이 검토 작업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T 새 대표이사가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선임되는 시점은 내년 3월이다.

박민서 교수는 국내 OTT 합병이 늦어질 경우 가뜩이나 넷플릭스 천하인 미디어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의 투자 파트너가 분산되고 OTT별 편성·투자 전략도 지나치게 쪼개져 한국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확장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Burbank) 소재의 워너브라더스 로고. [로이터]
지난 2017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Burbank) 소재의 워너브라더스 로고. [로이터]

이어 “특히 넷플릭스–워너와 같은 초대형 수직계열화가 국제적으로 진행되는 시점에, 국내 OTT가 통합에 실패한다면 한국 시장은 사실상 글로벌 OTT의 ‘콘텐츠 소비 시장’으로 전락할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김규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또한 “작년부터 쿠팡플레이와 티빙이 빠르게 성장하며 업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차별화 전략 본격화와 토종 OTT 육성을 위한 정책 논의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개별 OTT 단위로는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해, 합병은 토종 OTT가 생존하고 영향력을 확보할 유일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합병 자체는 늘 쉽지 않다. 티빙 관계자 또한 이점을 짚어 “당장 합병이 성사되기엔 이른 부분”이라고 조심스레 입장을 전했다. 넷플릭스마저도 다시 고개 든 파라마운트 반격에 맞서야 하며 트럼프 정가 승인이라는 가장 큰 관문을 넘어야 한다.

이미 TV 방송과 OTT 간 경쟁은 무의미해진 지금이다. 넷플릭스 천하였던 시대에 이들은 더 커진 몸집으로 미디어 생태계에 또 다른 영향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상황. OTT 합병은 단순 플랫폼 결합이 아니라 콘텐츠 투자·유통·편성 권력의 재조정이기도 한 만큼, 국내외 OTT ‘쩐의 전쟁’의 서막이 어떤 결말에 닿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al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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