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맛집

[OTT 맛집] 영화로 ‘동심’ 찾고 드라마로 ‘서늘함’ 메운다? ‘당신이 죽였다’→‘자백의 대가’까지 여성 핏빛 연대가 주목받는 이유

입력 2025-12-21 08:30:00
수정 2026-01-17 00:21:26
    • 복사완료!

과감하고 자유로운 서사는 OTT로, 극장은 ‘전체 관람가’를 찾는다

스릴러·우정·성장까지…여성 서사, 장르의 경계를 넘다

영화 ‘주토피아’(왼쪽),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오른쪽) 공식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넷플릭스 제공]
영화 ‘주토피아’(왼쪽),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오른쪽) 공식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넷플릭스 제공]

[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올겨울 가장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은 어쩌면 영화관에 있을지도 모른다. <위키드2>부터 <주토피아2>까지, 바깥은 춥지만 따뜻한 소재의 애니메이션들이 극장가를 동심으로 물들이고 있다.

특히 10년 만에 돌아온 여우와 토끼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15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토피아2>는 개봉 3주 차 주말인 지난 12∼14일 동안 100만 608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주말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방송·영화 대비 제약에 자유로운 OTT, 서스펜스 장르 대세는 필연적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반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는 동심과는 거리가 먼 스산한 분위기의 ‘서스펜스 스릴러물’이 대세 장르로 떠올랐다. 최근 막을 내린 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X>와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자백의 대가> 모두 온기보단 서늘한 기운이 가득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다.

세 작품 모두 극을 이끄는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당신이 죽였다>와 <자백의 대가>는 두 여성의 핏빛 연대가 극을 이끄는 주 설정이다. 두 여자 주인공 그리고 남편이 연루된 미스터리한 사망 사건까지 닮은 구석이 여럿 보인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 평론가)는 오늘날 서스펜스 장르가 OTT에서 유달리 많이 보이는 이유는 “매체 특성”에 있다고 봤다. 윤 교수는 “영화관에는 아직 아이들을 위한 시장이 남아있다”며 “이는 기존 방송 미디어보다도 장르와 연령 등에 자율성이 보장된 OTT의 차별점으로 인한 결과”라고 짚었다.즉 영화, 방송 대비 OTT에서는 소재나 표현의 자유로움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소 자극적인 소재의 콘텐츠들이 극장이 아닌 OTT 플랫폼을 통해서 스트리밍되는 요즘, 과거 대비 부진한 영화 산업이지만, 그럼에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주말 극장 나들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실제로 <주토피아2>의 연령별 예매 분포는 고르면서도 다른 작품 중 10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누군가의 딸, 여자친구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여성 서사…장르 확장으로 이어져”

한편 최근 공개된 OTT 서스펜스 장르물에서는 여성 투톱 서사가 돋보인다. 윤석진 교수는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여자친구가 아닌 ‘한 사람’에 집중하는 요즘 여성 캐릭터”라는 특징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드라마에서는 여성 연대 및 갈등 서사가 나온다고 해도 항상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이야기였는데, 요즘엔 남성 서사가 완전히 뒤로 빠져있다”면서 “오히려 여성 간 관계성이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의 시선으로 넘어가면서 스릴러뿐 아니라 <은중과 상연>처럼 우정 서사를 강조한 장르 등 다양한 소재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 넷플리스 시리드 ‘자백의대가’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3일 오후 서울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자리에는 이정효 감독, 전도연, 김고은, 박해수 배우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 넷플리스 시리드 ‘자백의대가’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3일 오후 서울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자리에는 이정효 감독, 전도연, 김고은, 박해수 배우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두 여성이 자백의 대가를 두고 끊임없는 심리전을 펼치는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에 출연한 배우 전도연도 드라마 공개 후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여성 연대 서사에 목소리를 냈다. 전도연은 “그간 너무 오래 남성 중심 이야기가 있어서 이런 것마저 ‘새로운 것’이라는 편견이 생긴 게 아닐지 생각한다”며 “여성 중심 이야기들이 특별할 건 없는데 특별하다 생각되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소신과 함께 다양한 작품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전도연은 <자백의 대가>에서 배우 김고은과 호흡을 맞췄다. 김고은에게 처음 배우라는 꿈을 꾸게 한 사람이었던 전도연과의 연기는 본인이 진짜 배우가 됐음을 실감한 순간이자 기적과도 같은 기억이었다. 영화 <협녀> 이후 10년이 지나 한 작품에서 만난 두 사람의 살벌하고도 서늘한 연기는 시청자들을 압도할 정도.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자백의 대가>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윤수(전도연)가 구치소에서 의문의 인물 모은(김고은)으로부터 ‘살인죄를 뒤집어써 줄 테니 밖에 나가 사람을 한명 죽여달라’는 제안을 받으며 시작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두 사람은 교도소 내 독방 ‘벽’을 두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다수고 실제로 눈빛을 맞춘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아쉬웠다는 김고은은 “언제 한 번 제대로 대면해서 호흡 맞추나 했는데, 호송차나 샤워실, 엔딩 등에서 직접 마주할 때 느낌이 그냥 남달랐다”고 털어놨다.

시청자 역시 이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두 사람의 ‘연기 차력쇼’라는 말엔 공감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떨어지는 긴장감과 개연성이 눈에 띈다는 것. 특히 <자백의 대가>는 12부작으로서 극의 주안점인 범인 찾기가 후반부까지 이어진다. 앞서 캐릭터별 서사를 밝힌 후 또 다른 갈등과 해결 과정이 이어져 다소 늘어지는 부분도 존재한다.

결국 이 과정에서 전개상 허술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여성 연대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은 무능력하고 개인의 욕심에 눈이 먼 악인으로 묘사되는 등 개연성에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그럼에도 <자백의 대가> 속 김고은의 텅 빈 눈과 전도연의 묘한 웃음은 탁월한 연기로 작품을 이끄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들의 열연에 화답하듯 <자백의 대가>는 지난 5일 공개 이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2위에 올랐고, 한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타이 등 9개 나라에서 톱10 목록에 오르며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김고은의 짧게 자른 머리와 모든 걸 다 포기한 듯한 눈빛 연기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어떤 장면보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 모은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숨을 멎고 지켜보게 만드는’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

김고은은 “태국에서 모은이가 왜 이렇게 됐는지, 그의 이야기가 쭉 나오는데 그때 제가 제일 고민했던 지점이 감정”이었다며 감독과 상의한 지점을 설명했다. 그는 “제가 제일 고민했던 장면이 동생을 잃고 아버지도 잃은 후 모은의 모습을 담은 장면들이었는데, 저는 여기서 감정이 고장 나버린, 감정이 펑하고 터져서 인간이 어느 정도의 과부하가 왔을 때. 한 마디로 감정 거세를 당해버릴 수 있는 걸 짧은 시간 내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감정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삶, 그리고 이를 한 장면만으로 단번에 납득시키는 김고은의 연기 역량이 돋보인 순간이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전도연의 연기 또한 볼 맛 난다. 극에서 시청자에게 ‘의아함’으로 의심하게 만드는 인물은 김고은 이전에 전도연이다. 작품에서 전도연은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의 모습을 ‘아리송’하게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작품에서 카메라는 윤수(전도연)가 남편이 죽은 직후에도 화려한 의상을 입는 모습, 미묘하게 나오는 웃음, 평온한 모습을 유달리 강조하기도.

이에 전도연은 “<자백의 대가>는 결국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서 상처받은 두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며 “학교 선생님이니까, 엄마니까, 남편이 죽었으니까 등 이미 정립된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로, 감독님은 두 여자를 통해서 사회적인 시선이나 마녀사냥이 주는 경각심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한편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뿐 아니라 <당신이 죽였다>, <착한 여자 부세미> 등 올 한 해 여성 중심 서사의 드라마는 미디어 업계에 뻔하지 않은 장르로 각인되며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에 윤석진 교수는 “미투 운동 이후에 젠더 감수성에 대한 사회적인 담론이 형성돼 대중의 인식에 변화를 줬고 그것이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에 반영이 되는 건강한 현상”이라면서 “<미지의 서울>이나 <착한 여자 부세미>도 그렇고, 여성 서사가 부수적으로 활용되는 것들이 아니고 그들이 중심에 놓이고 있는 변화”라고 오늘날 달라진 드라마 트렌드를 설명했다.


als@heraldcorp.com

이 기사가 어떠셨나요?

MOST READ

MUSE SERIES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