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지금?

[엔터, 지금?] “하차합니다” 그리고 폐업…리액션 콘텐츠가 무너진 이유

입력 2025-12-31 19:00:00
수정 2026-01-17 00: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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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원하는 건 진정성 있는 ‘솔직함’”

“지나친 정서적 동조가 무분별한 비판으로 이어져선 안 돼”

‘환승연애4’ 오는 1월 21일, 21화를 마지막으로 종영

[티빙 제공]
[티빙 제공]

[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신기한 현상이다. 원하던 각본 없는 리얼리티를 보여주니 시청자들은 ‘지나치게 현실적’라며 콘텐츠와 ‘손절’을 선언하며 떠나가고 있다. 한 회차가 공개될 때마다 다양한 의미로 ‘화제성’을 낳고 있는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4>의 이야기.

<환승연애4>는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지나간 연애를 되짚고 새로운 인연을 마주하는 연애 리얼리티 콘텐츠. 연애 프로그램 (이하 연프) 과몰입의 시초로 활약하더니, 시간이 흘러 연프계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X 두 명, 적나라한 싸움까지…각본 없는 리얼리티에 직격탄 맞은 ‘리액션 콘텐츠’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이번 <환승연애>는 유달리 장치가 많아졌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새로움을 택한 것. ‘전 연인과 새로운 사람과의 한집살이’라는 획기적인 포맷은 더는 놀랍지 않아서인지 급기야 전 연인이 두 명 등장하는 강수를 두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최근 선보인 회차에서는 X와의 싸움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두 사람의 서사와 함께 각자의 ‘날 것’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이에 일각에선 출연자 보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결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닌, 누군가와의 사랑 그리고 이별 이야기가 단순한 공감대를 넘어 “내가 이걸 봐도 되나?” 싶을 정도의 불편함으로 다가간 것이다. 이에 그 많던 리액션 유튜버들마저 연이어 ‘하차 선언’을 하는 난데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환승연애>가 만들어낸 콘텐츠를 보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리뷰 콘텐츠가 <환승연애>로 인해 저물어가고 있는 셈. 우르르 쏟아졌던 리뷰 콘텐츠는 최근 들어 과열된 열기에 출연진을 향한 비방은 물론, 리뷰 유튜버 당사자의 생각에 대한 날 선 평가로 이어졌다.

[찰스엔터 SNS]
[찰스엔터 SNS]

결국 이 분야 시초격인 ‘100만 유튜버’ 찰스엔터는 최근 <환승연애4> 리액션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19일 찰스엔터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환승연애4’ 리액션 그만하겠다”고 알렸다. 찰스엔터는 “솔직하고 편안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제 목표인데 리액션 콘텐츠는 솔직하기만 했던 콘텐츠였던 것 같다. 솔직하지 않으면 그거대로 문제가 되는 것 같아서 솔직하게 하다가 많은 분들을 불편하게 만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 너무 죄송하지만 여기까지 하겠다. 이제 거의 끝나가는데 그냥 끝까지 할까 몇번이나 생각해 봤지만 접한 이상 솔직히 리뷰는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이며 리뷰 콘텐츠의 막을 내렸다.

찰스엔터뿐 아니라 연프 출연 경험이 있는 출연자들의 리뷰 콘텐츠들 또한 “자신의 해석이 정답은 아니다”라는 이유로 대부분 업로드를 멈췄고, 말을 아꼈다.

이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가 원하는 ‘솔직함’이란 진정성에 바탕을 둬야 하는데, 최근에는 눈길을 끌기 위해 솔직함을 가장하는 듯한 장면의 기계적인 삽입이 역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청자들은 단번에 의도를 알아채는 만큼, 상황에 따라 자연스러운 게 중요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X 두 명이라는 자극적인 설정과 편집 없는 싸움 장면에 ‘제작진’이 출연진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출연진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김인하 환승연애PD는 지난 11월 헤럴드뮤즈와의 인터뷰에서 출연진 모두에게 애정을 드러내며 이들의 심리를 늘 보살피고 있다고 밝혔으며, 편집점에 대해서도 각 커플의 전사를 위해선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환승연애4> 제작진은 출연진을 향한 악플과 스포일러 유포에 법적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대응에 나섰다.

제작진의 입장에선 충분한 고려였지만, 받아들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과한 것이 돼버린 아이러니한 지금. 어쩌면 이는 혼자 보는 시대에 ‘함께 경험하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이 지나친 정서적 동조로 이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환승연애 리액션’ 관련 유튜브 캡처]
[‘환승연애 리액션’ 관련 유튜브 캡처]

“표현의 자유 넘어 ‘근거 있는 비판’이 중요”…그럼에도 화제성에 ‘티빙’은 승승장구

진정성이 부재한 솔직함뿐 아니라, 근거 없는 수용자의 비판도 문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우현 인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수동적인 콘텐츠 수용자에서 적극적인 미디어 이용자로의 변화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적극적인 미디어 이용 행태는 미디어 콘텐츠를 스스로 제작하는 행위부터 타인의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행동까지 다양한 유형이 포함되는데, <환승연애4>에 대해 시청자들이 제작진과 리액션 유튜브에게 전하는 여러 의견은 적극적인 미디어 이용 행태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러한 이용 행태에 대한 평가는 조금 다른 영역”이라며 수용자의 건강한 역할에 대해 짚었다. 그는 “본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은 개인적인 표현의 자유 영역일 수 있지만 제작진이나 유튜버와 같은 타인의 제작 의도나 창작의 영역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없다면 이것은 비평보다는 비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타인을 공격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 유우현 교수는 “왜 현재 제작 관행(출연자 보호 부족)이 문제점인지, 콘텐츠의 방향성에 아쉬움이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합리적으로 주장한다면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도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만, 비이성적이고 공격적인 비판은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때 평온한 건 티빙이다. 티빙 입장에선 이러한 화제성이 핵심 지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

<환승연애4>는 공개 이후 10주 연속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전 시즌 대비 모든 지표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냈다. 이는 대표 명대사 ‘내일 봬요 누나’를 남긴 시즌2와 비교해 139% 높은 수치다(시즌4 대비 시즌2, 10주 차 누적 기준). 올해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예능 가운데서도 ‘환승연애4’의 유료가입기여자수는 평균 대비 194% 높았다.

완주자수에서도 ‘환승연애’의 경쟁력은 두드러졌다. ‘환승연애4’의 완주자수는 시즌1 대비 1252% 증가했으며, 전체 시즌 평균 대비로도 67%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티빙 오리지널 주요 예능 평균 완주자수와 비교하면 113%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연애 예능의 새 지평을 연 것과 함께 올바른 콘텐츠 문화에 대한 경종까지 울린 <환승연애4>는 다가오는 1월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티빙은 공식 SNS를 통해 “‘환승연애4’는 오는 1월 21일 공개되는 21화를 끝으로 모든 에피소드가 마무리된다”며 “종영까지 매주 1화씩 본편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 회차까지 더욱 즐겁게 시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과연 <환승연애4>는 커플들의 이야기에 남은 ‘응원’을 다할 수 있는 서사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마지막화까지 남은 시간, 그사이 과연 떠나간 리액션 콘텐츠들이 다시 돌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al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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