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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지금?]진화한 K팝, 멈춘 힙합‥‘쇼미12’의 딜레마

입력 2026-01-21 16: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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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글로벌 확장 속에서 안주한 힙합 장르

버추얼부터 아이돌 래퍼까지, 힙합의 가능성은

‘힙합’의 현주소를 묻는 ‘쇼미더머니12’

‘쇼미더머니10’ 방송캡처
‘쇼미더머니10’ 방송캡처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

이찬혁의 이 가사는 시간이 지나도 회자가 되고 있다. 가사가 비판한 대상은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라기보다, 힙합을 둘러싼 보여주기식 쇼와 돈을 쫓는 허상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읽힌다. 힙합이 더 이상 스스로 정체되어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 순간, 장르는 그렇게 안주하고 만다.

4년 만에 돌아온 ‘쇼미더머니12’는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등장했다. 그 사이 K팝은 글로벌 문화 산업으로 확장됐고, 장르가 다층화되면서 버추얼 아이돌까지 등장했다. 반면 힙합은 대중문화의 중심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쇼미더머니’는 여전히 화제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플랫폼이지만, 이제 질문은 달라졌다. 힙합을 다시 무조건 멋지게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힙합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느냐다.

멈춘 힙합, 시험대 된 ‘쇼미더머니12’

릴 모쉬핏, 박재범, 로꼬, 그레이, 지코, 크러쉬, 허키 시바세키, 제이통/사진제공=Mnet
릴 모쉬핏, 박재범, 로꼬, 그레이, 지코, 크러쉬, 허키 시바세키, 제이통/사진제공=Mnet

힙합은 더 이상 대중음악의 중심 담론이 아니다. 아이돌 중심의 산업 구조, 장르 혼합, 팬덤 중심 소비 속에서 힙합은 ‘즐기는 사람만 즐기는 장르’로 밀려났다.

Mnet ‘쇼미더머니12’를 연출한 최효진 CP는 힙합의 현재 위치를 단정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문화는 빠른 흐름 속에서 다양한 장르가 유행을 넘나드는 구조”라며 “K팝을 필두로 힙합, 밴드 음악 등이 각자의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중가요 장르와는 달리 대중성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힙합을 스스로 고립시키며, 어느 순간 이는 노력의 부재로 읽혔다. 돈과 성공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에 관한 질문은 사라졌다. 이찬혁의 가사에 힙합씬이 긁힌 이유 역시, 힙합이 비판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게 된 상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12’ 방송캡처
‘쇼미더머니12’ 방송캡처

이어 “‘쇼미더머니’가 힙합을 대중적 유행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시기가 있었고, 이후 그 흐름이 정체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모든 문화가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힙합이 ‘멈춘 것처럼 보이는 현상’ 자체를 위기가 아닌 순환의 과정으로 바라봤다.

특히 제작진은 이번 시즌을 힙합의 ‘부흥 선언’이라기보다, 현재 씬을 기록하는 작업에 가깝게 인식하고 있다. 최효진 CP는 “지금 힙합을 하나의 위치로 규정하기보다는, 여러 흐름이 동시에 존재하는 장르로 보고 있다”며 “연령과 배경이 다른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음악을 만들고 있고, 이를 소비하는 방식도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 4년 만에 다시 시즌을 준비하며 느낀 건, 지금이야말로 익숙한 포맷인 ‘쇼미더머니’를 통해 현재 힙합씬의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정신을 소개할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버추얼·세대 파괴·아이돌 래퍼‥‘쇼미12’의 실험

‘쇼미더머니12’ 방송캡처
‘쇼미더머니12’ 방송캡처

‘쇼미더머니12’가 초반부터 화제를 모은 이유는 실력 경쟁보다 상징적인 장면들에 있다. 버추얼 아이돌의 출연은 힙합이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결과는 탈락이었지만, 힙합의 범주를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를 시험한 사례였다.

할머니 래퍼들의 등장은 힙합이 세대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지 묻는 장면이었다. 이 역시 화제는 됐지만, 여전히 힙합은 기존 기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아이돌 출신 래퍼 영파씨 선혜는 다른 반응을 끌어냈다. 아이돌 래퍼를 향한 선입견을 정면으로 겨냥한 가사는 ‘기개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합격으로 이어졌다. 이는 힙합이 여전히 태도와 서사에는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거 논란 이력이 있는 참가자의 등장 역시 질문을 남겼다. 힙합 서바이벌이 복귀의 무대가 되는지, 아니면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화제성을 소비하는 구조인지에 대해 묻게 된다.

힙합의 위기 속 ‘쇼미’의 역할은

‘쇼미더머니12’ 방송캡처
‘쇼미더머니12’ 방송캡처

프로듀서 박재범은 “센 척과 플렉스 선입견 때문에 힙합이 멀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제의 본질이 다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센 척이나 플렉스가 아니라, 탐욕과 과시, 내부 만족에 갇힌 힙합이 대중과의 접점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최효진 CP는 ‘쇼미더머니’의 역할을 보다 현실적으로 짚었다. 그는 “‘쇼미더머니’를 포함한 예능과 서바이벌은 그 시기의 시대상과 장르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힙합의 위기를 해결하기보다는, 더욱 많은 이가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콘텐츠라는 설명이다.

이어 “이번 시즌에만 약 3만6천 명의 참가자들이 지원했고, 프로듀서들 역시 힙합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몸과 시간을 갈아 넣고 있다”며 “그 진심을 최대한 담아낸다면 대중들 역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쇼미더머니12’는 힙합을 살릴 해답이 아니라, 힙합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버추얼, 세대 파괴, 아이돌 래퍼, 논란의 인물 등장까지. 모든 시도는 힙합이 여전히 살아 있지만 방향을 고민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중요한 것은 누가 나오느냐가 아니라, 이 무대가 힙합에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다.

‘쇼미더머니12’가 힙합을 멋있게 포장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힙합이 왜 멋있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하는 예능이 되길 기대해본다.


na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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