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오해와 이해가 반복된다. 차무희(고윤정 분)은 말하고 주호진(김선호 분)은 듣는다. 그리고 이내 주호진이 말하고 차무희가 듣는다. 말하고 듣고, 다시 말하고 듣기를 반복하고서야 두 사람은 동시에 끄덕인다. 세상의 인구수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의 언어’. 작품은 그 지독하게 어려운 불통의 과정을 첨예하게, 동시에 기분 좋은 기묘함으로 그려낸다.
고윤정과 김선호, 두 사람이 가장 잘하는 옷을 입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달콤한 로코인 줄 알고 발을 들였다간, 연출 곳곳에서 툭 튀어나오는 정체 모를 ‘도라미’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은 단숨에 환상동화 같은 분위기에 빠져들게 된다. 뻔한 로맨스의 문법을 비틀어버린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이야기.
작품은 통역사라는 직업을 가진 ‘주호진’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의 위치에 있는 ‘차무희’가 만나 사랑의 언어를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해 가는 로맨틱 코미디다.
가장 잘하는 옷을 입은 고윤정X김선호…알맞은 온도의 연기합
해당 시리즈는 사랑의 ‘언어’를 지독할 만큼 다채롭고 깊이 있게 묘사한다. 그리고 고윤정과 김선호 두 사람은 자칫 뻔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각자의 매력으로 승화하는데, 특히 고윤정은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압도적인 비주얼과 특유의 털털함으로 차무희에게 몰입되게 만든다.
불쑥 튀어나오는 ‘도라미’도 시리즈를 끝까지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 여기에 탁월한 목소리와 눈빛으로 뒷받침하는 김선호는 자칫 과해질 수 있는 설정에 안정감을 준다.
극에서 김선호가 연기한 주호진은 다중언어통역사라는 직업으로 남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해석해서 전달하는 통역이 일상인 인물. 그러나 사랑하는 이의 말을 이해하는 데는 능통하지 못하다.
대본을 집필한 홍자매 작가는 “완벽하게 말을 옮겨주는 게 직업인 통역사가, 자기와 정반대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상대의 고백을 전혀 다르게 오해하기도 하고, 거꾸로 알아들어서 속이 타기도 하는 지점이 흥미로웠다”며 “복잡하게 얽힌 마음이 결국 ‘진심’을 만났을 때 뚫리는 시원함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극에서 김선호는 이를 수려하게 표현했다. 통역할 때만큼은 자신감과 안정감이 두드러지지만, 차무희의 알쏭달쏭하고도 급한 언어를 들을 때만큼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보인다. 하지만 차분한 안정형 기질의 사람으로서 주호진은 일단 듣는다. 그리고 이해가 된 순간 군더더기 없는 말과 행동으로 진심을 보이는데, 이 점이 주호진의 매력이다.
반면 에둘러 곡선으로 말하지 않고 직선으로 이야기하는 주호진에게 차무희는 상처를 받는다. 이렇게 쌓인 오해는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담긴 소통으로 다시 회복된다. 드라마는 이 과정을 반복하다 결국 차무희가 본인의 일생을 괴롭혀 온 트라우마를 오롯이 마주하기에 이른다.
차무희는 안정형인 주호진과 정반대인 회피와 불안형 성격의 인물이다. 좋아한다고 직진하다가도, 주호진이 짝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있으면 단숨에 겁을 먹고 도망쳐 버린다. 감정의 진폭이 큰 인물이 가장 낮은 온도의 사람을 만났을 때를 고윤정과 김선호은 목소리 합으로도 조화를 이룬다.
비주얼은 ‘극호’, 전개는 ‘글쎄’…12부작 호흡에 엇갈린 시청자 평
하지만 극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도라미’다. 도라미는 차무희의 망상 속 또 다른 자아로, 고윤정이 차무희 역할과 함께 1인 2역을 선보였다.
‘도라미’는 통역의 또 다른 가치를 알려주는 중요한 장치다. 그리고 이는 한 인물이 트라우마를 겪어 나타난 가장 정교한 방어기제이기도 한데 이 지점이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다가가기도 했다.
실제로 시리즈가 공개된 후 12부작인 해당 작품에 대해 도라미 비중이 늘어나는 7부를 기점으로 장르가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쉽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주행하며 끝까지 극을 보는 시청자와 중간에 이탈하는 시청자로 나뉘는 추세.
심지어 어느새 차무희는 연기에 대한 꿈과 열정은 흐려져 있고 사랑 앞에 무력한 인물이 돼 있다. 도라미의 성공 이후 삶이 다소 아쉽게 그려진 셈. 그러나 극을 끝까지 본 시청자들 사이에선 도라미의 존재에 이해를, 그리고 이를 표현한 통역의 가치에 호평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서로의 언어가 다르듯, 감상의 언어 역시 제각각인 부분이다. 해외에서는 고른 인기를 받고 있기 때문.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공개 첫 주, 3일 만에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2위를 차지했다. 지난 16일 공개 이후 40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2위에 등극한 것.
또한 대한민국을 포함해 브라질, 멕시코, 포르투갈, 모로코, 인도네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싱가포르 등 총 36개 국가에서 톱10 리스트에 오르며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통역’이라는 소재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소통의 의미를 담아냈다는 점이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해외 언론은 “동화 같은 분위기는 작품 전반에 걸쳐 뚜렷하게 드러난다. 홍자매 작가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 환상적인 소재를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에 녹여내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Forbes), “이들의 사랑 이야기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해외 풍경은 로맨스에 더욱 깊이를 더한다”(TIME)며 호평을 보냈다.
무엇보다 스토리와 연기를 살리는 ‘세련된 연출’에 국내외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연출은 드라마 <붉은 단심>을 통해 압도적인 영상미와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준 유영은 감독이 맡았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한국,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까지 3대륙 4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각양각색의 풍경과 분위기를 통해 작품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제작진은 서사 흐름에 맞춰 촬영순서를 맞출 정도로, 연기를 극대화할 수 있게 연출에 신경을 썼다고.
극 중 중요한 설정인 오페라를 활용한 연출도 울림이 크다. 관련해 연극 무대를 묘사한 듯한 세트와 스포트라이트 조명, 흑백 효과 등을 활용한 감각적인 연출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극을 집필한 홍자매 역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오페라를 활용했던 9화 엔딩을 꼽았는데, 이들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오페라 구절과 맞닿는 대사다. ‘사랑해주세요 주호진씨. 내가 당신을 사랑하듯이, 안녕’. 예쁘고, 멋있고, 설레고, 슬픈 대사다”라며 이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러한 로맨틱 코미디 설정은 홍자매가 그간 써 온 작품과 비슷하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주군의 태양>, <호텔 델루나> 등이 떠오른다는 것. 그러나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홍자매 로맨스 중 판타지성을 짙게 하는 설정이 다소 심리극에 가까운 편이다.
조연들의 급진전 러브라인을 향한 말도 다양하다. 작품에서 시종일관 다양한 언어, 관계성에 집중한 나머지 과하게 설정된 관계가 불편하다는 것. 편안한 로코를 기대한 시청자에겐 다소 물음표가 떠오르는 지점들이 많다.
“사람들은 다 각자의 말을 해요. 구차하고 찌질해도 내 것도 사랑이에요. 내 사랑도 통역해 주세요.” ‘아무 말 전문’ 통역사 차무희가 하는 말이다.
완벽한 소통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사람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더욱이 그렇다.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말처럼 어쩌면 <이 사랑 통역 되나요?>를 향한 시청자 반응이 가지각색인 건 당연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al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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