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월간남친> 리뷰
퍽퍽한 현실에 그럴싸한 가정법…이토록 영리하게 다룬 AI라니
‘지수’ 향한 엇갈린 시선…완충재 역할 한 서인국X카메오 군단
[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현실이 가상과 다른 건 완벽하지 않아서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은 무결점을 쫓다가도 결국엔 불완전한 현실에서 나름의 최선을 찾으며 현재에 감사하기를 반복한다.
이 짧은 통찰은 매일의 출퇴근길과 잠들기 전, 우리 손안의 콘텐츠 속에서도 반복된다. 그리고 투영된 자신들의 삶에 사람들은 치열하게 반응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월간남친>의 이야기.
화제의 중심에 선 질문, “월간남친 있으면 구독할 거야?”는 단순한 농담을 넘어선다. 연애조차 구독하고 체험하는, 이른바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
현재 넷플릭스에서 절찬 스트리밍 중인 <월간남친>에 등장한 이 서비스는 과거에는 ‘꿈’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기술이 발전한 현대 사회에서는 ‘그럴싸한’ 유혹이 되어 도착했다.
퍽퍽한 현실에 그럴싸한 가정법…이토록 영리하게 다룬 AI라니
<월간남친>은 현실 생활에 지친 웹툰 PD 미래(지수 분)가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애를 구독하고 체험해 보는 로망 실현 로맨틱 코미디다. 작품은 그야말로 판타지로 가득하다.
블랙핑크 멤버 지수가 ‘현생’에 찌들어 연애도 사랑도 뒷전이 된 직장인 ‘미래’를 연기하고, 지친 현실에 디바이스 하나만 착용하면 서강준, 이수혁을 비롯해 옹성우, 이재욱, 이현욱, 김영대, 박재범, 이상이 등 개성 넘치는 남자 캐릭터들이 총출동해 나의 연인이 된다. 꿈꾸던 첫사랑과 가까이 밀착한 순간, 로맨스 판타지 웹툰 같은 화려한 순간 등 테마도 다양하다.
가상 세계 안에서 주인공은 하고 싶은 대로, 사랑하고 사랑받는다. 현실 연애에서 느끼는 설렘과 서운함, 심지어 싸우고 푸는 일까지도 세세하게 구현한다.
구성의 디테일 또한 압권이다. 구독 경제의 논리를 충실히 따른 이 서비스는 현실과 가까운 설정값일수록 몸값이 치솟는다. 시작은 50만 원의 구독료와 900명의 데이트 선택지지만, 프리미엄 옵션이 붙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출퇴근길 문자는 물론 알람처럼 전화 서비스까지 친히 등장해 ‘월간남친’이 감정의 낭비는 덜어내고 연애의 효능감만을 안겨준다.
멀게만 느껴지던 AI(인공지능)가 일상에 스며든 지금이기에, 시청자들은 다소 터무니없는 설정에도 언젠가 실현될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앞서 작품을 소개하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지수도 “가상현실이 먼 미래처럼 안 느껴졌고 ‘미래’라는 캐릭터도 저와 나이대가 비슷하더라. 미래가 무언가를 고민 해결하고 헤쳐 나가는 부분이 공감이 많이 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인국 역시 “가상현실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흥미로웠다”며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없는 가상현실에서의 배경과 그 안에 있는 다양한 테마를 통해 이어져 가는 스토리, 제 캐릭터는 아니지만 지수 씨가 맡은 서미래라는 캐릭터가 가상현실과 현실 세계에 왔다 갔다 하면서의 보는 감정 변화들과 그로 인해서의 어떤 변화가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극본을 집필한 남궁도영 작가는 AI를 악당으로 표현하지 않고자 이 설정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한 라이프스타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더 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이 이야기에 악당이 있다면, 그건 ‘미래의 두려움’일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인공지능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지만, 삶에서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두려움이니까요”라고 말했다.
극에서 미래는 현실 연애의 아픔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도 불쑥 ‘두려움’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리고 이는 미래의 시작을 어렵게만 만드는데, 작가는 이 점을 타파하길 바랐다고.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 빼놓을 수 없는 건 ‘알고리즘’이다.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정보만을 제공하기 때문. 작품은 이점에 주목했다. 이야기에서 ‘월간남친’ 서비스는 미래의 ‘취향’을 모두 반영한다.
그렇게 나온 산물은 미처 본인이 인식하지 못했던 욕구에 의해 설계된 것. 가장 갈망하는 것은 곧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반영하기 마련인지라, 이를 통해 주인공은 가상현실과 현실을 잇는 두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그게 미래의 완전한 이상형이자 새로운 사랑, 구영일(서인국 분)이다. 드라마는 후반부 구영일과 서미래의 진솔한 대화로 미래가 자신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이토록 평범한 사랑하는 미래’에 다다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을 연출한 김정식 감독 또한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김 감독은 “눈 오는 날 미래와 경남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키스하는 장면이 있다”며 “사랑을 두려워하던 주인공이 처음으로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이라 작품 안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남궁도영 작가는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인간 유형과 이로 인한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극에서) 미래, 지연, 윤송은 모두 결국 ‘월간남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지만, 서로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며 “결국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유형의 싱글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연애를 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 적극적으로 연애하는 사람, 그리고 연애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말이다”라고 말했다.
첫 로코 주연 ‘지수’ 향한 엇갈린 시선…완충재 역할 한 서인국X카메오 군단
독특한 설정만큼이나 화제가 되는 건 주연을 맡은 지수의 연기력이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기력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지수였기에, 극을 이끌어가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번 작품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유달리 컸다. 무엇보다 그의 첫 로맨틱 코미디 도전이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될 이유는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작품이 공개된 이후, 기다렸다는 듯 그의 연기력에 대한 반응은 작품에 대한 평가보다 더 많이 쏟아졌다.
그러나 아쉬운 연기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던 이전과 달리 이번엔 의견이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발전 없는 연기력에 실망과 그의 노력의 정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면, 전작에 비해 나아졌으며 감정 표현이 서툰 미래의 모습을 지수가 잘 표현하였다는 긍정적인 평도 못지않게 나왔다.
무엇보다 해외 언론에서 지수를 향한 칭찬이 다수였다. 미국 타임지는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지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이자 여성 중심 로맨스 장르의 매력을 보여줬다”라고 평했다. 디사이더 또한 “‘월간남친’은 지수의 매력과 그가 경험한 다양한 데이트 시나리오로 다른 한국 로맨틱 코미디와 차별화를 보여준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연기력을 크게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라는 점도 엇갈리는 평의 이유로 꼽힌다. 기대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은 불편함을 덜어줘 긍정적일지라도, 발전 없이 주연 자리만을 꿰차는 건 배우를 꿈꾸는 누군가에겐 힘 빠지는 일이기 때문.
이처럼 지수의 연기를 향한 엇갈리는 반응 속 일관된 건 서인국과 월간남친의 다수 카메오의 다채로운 연기 차력쇼다.
작품에서 서인국은 1인 2역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그는 미래와 사내 ‘혐관’ 동료인 경남과 가상 세계의 완벽한 연인 구영일을 오가며 중후반부, 가상과 현실의 가치에 주목하는 극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큰 역할을 해냈다.
또한 내로라하는 월간남친 역할의 카메오 군단 역시 보는 맛을 높였다. 이들은 지수와 각기 다른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며 오히려 지수에게 주어진 부담감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서강준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서강준은 시청자들에게 압도적인 비주얼과 설렘을 주는 연기로 눈도장을 찍으며 월간남친 인기 캐릭터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한 작품을 향한 다양한 시선과 해석이 공존한다는 건 그만큼 화제성이 따른다는 이야기.
실제로 지난 18일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월간남친>은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부문 1위에 올랐다. 브라질, 멕시코, 이집트, 일본 등 전 세계 47개국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 작품은 2주 연속 시청 시간 기준 1위를 기록하며 약 4,780만 시청 시간을 달성했다.
K-콘텐츠 경쟁력 조사 전문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펀덱스(FUNdex) 조사 결과, <월간남친>은 3월 2주 차 TV-OTT 통합 드라마 화제성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출연자 화제성 부문 역시 주연 배우 지수가 1위, 서인국이 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작품의 인기를 증명했다.
그러나 작품은 이점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마음과 마음이 닿는 ‘사랑’이란 AI로는 채울 수 없는 따뜻함과 서로의 공간을 채우는 온기이자 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답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아닌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는, 개인의 깊고도 솔직한 내면에 있다고.
김정식 감독은 작품을 통해 “사랑의 방식에는 정답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각자가 처한 상황과 마음에 따라 사랑을 선택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월간남친>을 보시는 시청자분들도 ‘나는 어떤 사랑을 선택할까’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월간남친>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al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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