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함 넘어 ‘사라질 듯한 몸’이 추구미
비판하면서도 찬양‥뼈말라 소비의 민낯
위고비·마운자로 열풍‥연예계가 만든 극단적인 美의 기준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마른 몸에 대한 강박은 존재해왔지만, 아이돌 산업이 전성기다 보니까 (그 수위가) 더 심해졌죠.”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몸은 이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칭찬이다. 한때 ‘늘씬하다’가 미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뼈말라’가 추구의 대상이 됐다. ‘뼈말라’ 체형은 더 이상 일부의 취향이 아니라 연예계 전반을 관통하는 새로운 미의 기준처럼 소비되고 있다.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라질 듯한 몸’이 이 시대 이상형이 된 것이다.
실제로 연예계에서는 극단적으로 마른 몸매가 반복적으로 화제가 된다. 故 최진실의 딸 최준희는 ‘뼈말라’를 공개적으로 추구하며 꾸준히 체중 감량 과정을 공유했고, 레드벨벳 조이는 활동기보다 더 마른 모습으로 매번 대중의 놀라움을 자아낸다. 트리플에스 김채원은 지나치게 마른 체형으로 거식증 의혹까지 불거져 직접 해명해야 했고, 현아 역시 다소 통통해진 이후 “뼈말라 좋아했잖아”라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가 결국 쓰러졌다.
문제는 이 흐름이 단순한 개인의 선택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예계는 끊임없이 ‘더 마른 몸’을 보여주고, 대중은 그것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찬양한다. 안타깝게도 ‘예쁘다’는 말의 기준은 더 이상 ‘건강한 몸’에 있지 않다.
왜 ‘뼈말라’는 추구미가 됐나
과거에도 마른 몸에 대한 선호는 존재했지만, 최근의 ‘뼈말라’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보기 좋은 몸매가 아니라, 뼈가 드러날 정도의 극단적인 마름 자체가 목표가 됐다. 이는 단순한 다이어트 수준이 아니다.
특히 SNS 및 숏폼에서는 한눈에 드러나는 시각적 자극이 중요하다. 화면 안에서 더 작고 가늘어 보이는 몸은 강한 인상을 남기고, 이는 곧 ‘관리 잘한 몸’이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연예인은 물론 인플루언서들까지 이 흐름을 탑하면서, 대중 역시 자연스럽게 그 기준을 내면화하게 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은 프로 의식이 중요해졌다. 마르지 않으면 프로가 아니고, 마르면 관리한 몸으로 생각한다. ‘뼈말라’ 몸매를 찬양하는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건강은 후순위로 밀린다. 피곤해 보여도, 쓰러질 듯 말라도 “예쁘다”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어느 순간 ‘뼈말라’는 연예계에 새로 자리잡은 이상형이 됐다.
마르면 말랐다고, 찌면 쪘다고‥스타를 향한 대중의 이중 잣대
흥미로운 점은 대중의 반응이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마른 연예인을 보며 “건강이 걱정된다”, “너무 말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더 말라진 모습에는 “확실히 예쁘긴 하다”, “화면에서 예뻐 보인다. 역시 관리가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낸다. 반대로 조금만 체형이 달라져도 “살쪘다”, “자기관리 안 한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나친 마름을 비판하는 이들은 건강을 해칠까 봐 그렇고, 찬양하는 이들은 늘씬한 몸매에 대한 강박이 있어서다. 사회적으로 남의 외모에 관심이 많고, 지적을 많이 하니까 사람들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에 물든 사람이 많아 마른 몸매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뼈말라를 향한 시선은 비판과 동경이 동시에 존재한다. 부정적으로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가장 강력하게 소비되고 있다. 이 모순은 스타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한다. 결국 건강보다는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기 위해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써 ‘뼈말라’를 택할 수밖에 없다.
‘통통하다’는 말은 쉽게 관리 실패가 되고, ‘깡말랐다’는 말은 곧 성공의 증거가 된다. ‘뼈말라’는 단순 체형이 아니라, 시대가 만든 불안에서 생겨난 새로운 유행이다.
‘위고비’가 연 마른 몸의 시대, ‘욕망’을 파는 산업이 된 다이어트
특히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가 대중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하면서 이 흐름은 더 강해지고 있다. 스타들을 비롯해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감량 경험을 공유하고, 그들의 변화가 화제가 되면서 약물 다이어트 역시 하나의 선택지가 됐다.
위고비로 30kg 이상 감량한 유튜버 풍자, 10kg 감량에 성공한 빠니보틀 등 공개적으로 체중 감량 과정을 밝히는 사례도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다이어트가 더 이상 건강 관리가 아니라 ‘경쟁’이 된다는 점이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극적으로 달라졌는지가 중요해졌다. 연예계에서 번진 이 새로운 기준은 이제 일반 대중까지 빠르게 장악했다. 결국 ‘뼈말라’는 개인의 취향이 아닌, 다이어트 산업이 만들어 낸 결과가 됐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뮤지션이 음악성 위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외모로만 평가 받는 게 당연시됐다. 외모 관리는 프로 의식과 연결되고, 사람들은 비판한다. 사회적 현상이 심화됐다”고 전했다.
연예계는 게속해서 ‘뼈말라’를 생산하고, 대중은 비판하면서도 다시 그 환상을 소비한다. ‘예쁘다’는 말은 ‘건강하다’는 뜻이 아닌 누가 더 말랐는지를 겨루는 다소 모순적인 척도가 된 현재다.
na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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