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집들이는 끝‥새 콘텐츠 된 ‘투자 토크’
“집 샀다”에서 “더 살 걸”‥스타들도 빠진 ‘삼닉’ 열풍
집 공개는 지고, 수익률 인증 시대‥포모는 누가 책임지나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요즘은 주식이 가장 핫해서 주식으로 부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변화했습니다.”
한때 연예인의 ‘부(富)’를 과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명품이었다. 수백만 원짜리 가방을 소개하고, 수십억 원대 집을 공개하며, 슈퍼카를 타는 일상이 콘텐츠가 됐다. 그러나 최근 연예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재테크 키워드는 명품도, 부동산도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국내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른바 ‘삼닉(삼성전자·SK하이닉스)’ 열풍이 불자, 연예계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몇만 원대에 샀다”, “주식으로 집을 마련했다”, “더 살 걸 그랬다”, “이제라도 들어가겠다”는 이야기가 컨텐츠 채널들을 가득 채우고 있다. 무엇을 샀는지로 부를 증명한 과거에서, 무엇에 투자했는지로 성공을 설명하는 시대가 왔다.
흥미로운 점은 스타들의 투자 경험이 단순한 재테크 정보가 아니라 하나의 짜임새 있는 콘텐츠가 된 점이다. 동시에 이들의 성공담은 일반 투자자들의 포모(FOMO·자신만 소외될까 봐 느끼는 불안감)를 자극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명품 언박싱이 남긴 박탈감이 이제는 주식 공개로 옮겨간 듯하다.
명품백 대신 ‘삼전’‥연예계 ‘부의 언어’가 바뀌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스타들의 유튜브에는 공식이 있었다. 명품 언박싱, 드레스룸 공개, 랜선 집들이, 슈퍼카 시승기가 조회 수를 책임졌다. 연예인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식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투자 시점을 공개하고, 수익률을 이야기하고, “더 살 걸 그랬다”며 아쉬워하는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콘텐츠가 된다.
배우 전원주는 지난해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약 15년 전 SK하이닉스를 2만 원대에 매수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장기 투자 끝에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는 사실이 알려져 주목받았다.
김구라 역시 삼성전자를 4만5000원대부터 장기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할 때마다 그의 수익률에도 관심이 쏠렸다.
씨스타 출신 소유는 더욱 직접적이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로 자가를 마련했다고 밝혔고, 현재 거주 중인 고가의 주택도 함께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과거엔 집 자체가 콘텐츠였다면, 이제는 ‘주식으로 집을 샀다’는 과정이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연예인들이 재산 자랑을 잘 하지 않았다”며 “최근 들어 연예인들은 얼마나 부를 누리고 사는지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이 주목받던 시기에는 부동산으로 부를 과시했고, 지금은 주식”이라고 전했다.
“더 살 걸”…성공도, 후회도 콘텐츠가 된다
최근 스타들의 ‘삼닉 토크’는 성공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후회와 포모(FOMO)까지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
엑소 카이는 웹예능 ‘전과자’에서 반도체학과를 체험한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가 매수했다며 “미쳤다. 더 살 걸”이라고 말했다. 신기루 역시 “주식 차트를 보니 이렇게 돈을 버는구나 싶었다”며 SK하이닉스 투자 사실을 공개했다.
반면 리쌍 출신 개리는 코스피 강세장을 보며 “난 뭘 한 걸까”라고 자조했고, 방송인 장성규는 삼성전자를 8만원대에 샀다가 6만원대에 팔았던 경험을 공개하며 뒤늦은 후회를 털어놨다.
과거 주식으로 약 1억원 손실을 봤던 미자는 최근 SK하이닉스를 고점에 매수했다고 밝혔고, 슬리피는 아내 몰래 시작한 주식으로 122% 수익을 올렸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성공담과 실패담, 후회와 기대가 뒤섞인 투자 경험은 이제 방송 예능과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골 소재가 됐다. 주식이 연예인의 일상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이다.
주식 둘러싼 불안감까지 팔리는 시대, ‘포모(FOMO)’의 콘텐츠화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가 단순한 경험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상승하면서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나만 기회를 놓쳤다’는 포모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성공담까지 더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연예인의 투자 경험은 일반 투자자와 출발선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같은 수익률이라도 투자 규모가 다르고,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 역시 차이가 난다. 때문에 스타들의 투자 성공담은 자칫 포모를 자극하는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이러한 흐름을 우려했다. 그는 “연예인들이 주식 투자 성공으로 부를 과시하는 것은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가가 오른다는 뉴스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데, 연예인들까지 성공담을 전하면서 그 감정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예인의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자연스럽게 방송도 이런 이야기를 소비하고, 연예인들도 경쟁적으로 공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면 방송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백을 보여주던 시대가 지나자 이제는 주식 투자 수익이 새로운 성공의 상징이 됐다. 연예인들의 ‘삼닉 토크’는 시대를 빠르게 반영한 콘텐츠이지만, 동시에 대중의 포모를 가장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이렇듯 연예계가 ‘부’를 이야기하는 언어는 계속 바뀌고 있다.
na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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