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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4K]“놀란 심은경→춤춘 류승룡” 레드카펫에 울려 퍼진 AI 헌정곡에 웃었지만..BIFF가 마주한 창작의 딜레마

입력 2026-10-18 0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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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BIFF 개막식 레드카펫 뒤흔든 AI 헌정곡..신선하다는 호평 속 우려도

지아장커 “AI의 도래 막을 수 없어”vs판빙빙 “AI는 배우 대체 못해”..창작자들의 엇갈린 시선

BIFF, AI 활용 작품 출품 추이 살핀다 “필요시 가이드라인·심사 기준 마련”

사진=영상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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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뮤즈=이미지 기자] “심은경, 당신이 웃으면 나도 따라 웃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당신의 영화엔 우리가 살아”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영화인들을 향한 특별한 헌정곡이 울려 퍼졌다. 개막식 총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이 직접 가사를 쓰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인물과 작품의 특성에 맞춘 노래를 제작한 것이다.

영화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AI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개막식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민규동 감독은 레드카펫을 단순히 스타들이 입장하는 행사가 아닌, 음악과 함께 영화인들을 환영하는 특별한 무대로 만들고자 했다.

민규동 감독은 헤럴드뮤즈에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는 별도의 축하 공연이 없다. 관객 입장부터 레드카펫까지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을 음악이 채워야 하는데, 이 시간을 하나의 ‘사전 공연’으로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배우 미치에다 슌스케/사진=윤병찬 기자
배우 미치에다 슌스케/사진=윤병찬 기자

지난해에는 레드카펫의 음악적 분위기부터 파격적으로 바꿨다. 기존에 흐르던 클래식과 라운지 음악 대신 힙합과 테크노, EDM 등을 도입해 클럽하우스 사운드로 공간을 채웠다. DJ가 현장에서 음악을 이어가며 레드카펫을 지켜보는 관객들이 마치 콘서트에 온 듯한 경험을 하도록 연출했다.

사진=영상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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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러한 시도에 생성형 AI를 접목했다. 민규동 감독은 “기본적인 하우스 디제잉은 지난해처럼 이어가되, 같은 리듬이 두 시간 내내 반복되면 감각이 무뎌지기 쉽다고 생각했다”라며 “적절한 간격마다 게스트 한 분 한 분을 위한 노래를 넣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이곡들을 헌정곡이라고 불렀다”라며 “레드카펫을 걷는 게스트가 ‘나를 정말 환영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기를 바랐다”라고 덧붙였다.

“내 이름으로 노래가?”..AI 헌정곡에 놀란 영화인들

영화인들의 이름과 작품명을 담은 BGM이 개막식 레드카펫에 흘러나오자, 헌정곡의 주인공들은 물론 현장에 있던 관객들까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노래에 당황하면서도 즐거워하는 영화인들의 반응은 현장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달궜다.

지난해보다 과감해진 민규동 감독의 시도를 두고 호평과 아쉬움이 엇갈렸다. “진짜 축제 같다”, “레드카펫 주인공들이 모두 즐거워 보였다”, “AI를 활용한 음악이라니 신선하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진 반면, “AI 티가 너무 난다”, “영화제가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헌정곡이 나오지 않는 영화인들은 차별받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왔다.

배우 이상희, 옹성우, 박해준, 류승룡, 김지현 감독/사진=윤병찬 기자
배우 이상희, 옹성우, 박해준, 류승룡, 김지현 감독/사진=윤병찬 기자

그러나 깜짝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심은경과 우도환,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 ‘정가네’ 류승룡·박해준·옹성우, 웃음을 터뜨린 ‘꿀알바’ 김민하·이희준·윤경호 등 영화인들의 생생한 리액션은 온라인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예상치 못한 헌정곡이 레드카펫을 하나의 공연장처럼 바꿔놓은 순간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사진=윤병찬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사진=윤병찬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역시 특별한 경험을 반겼다. 그는 개막식의 화려한 분위기를 언급하며 “제 이름으로 노래까지 만들어주셔서 기뻤다. 그날 밤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신기한 체험이었고 부끄러웠지만 즐거웠다”라고 회상했다. 미치에다 슌스케는 “레드카펫에서 함성도 많이 해주셔서 좋았다”라며 “미치에다 슌스케의 노래를 만들어주셔서 잘 들었다”라고 흡족해했다.

사진=영상캡처
사진=영상캡처

민규동 감독도 예상보다 뜨거웠던 현장 반응을 전했다. 그는 “예상보다 훨씬 즐거운 반응이 많았다”라며 “심은경은 너무나 즐거운 개막식이었다고 했고, 윤단비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샤를로트 갱스부르, ‘꿀알바’팀 배우들도 예상하지 못한 환영에 정말 신이 났다고 직접 이야기해 줬다”라고 부연했다.

현장의 관객들 역시 다음에는 어떤 영화인에게 어떤 음악이 흘러나올지 기대하며 레드카펫을 즐겼다고. 민규동 감독은 “객석에서는 다음엔 어떤 작품에 어떤 음악이 나올지 기다리게 돼 서스펜스마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헌정곡은 신선하다는 호평과 영화제의 무게감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불러왔지만, 영화인과 관객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경험을 선사하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의 독특한 장면으로 남았다.

장이머우는 실험하고 판빙빙은 선 긋고..BIFF 달군 AI 창작 논쟁

영화계의 쟁점으로 부상한 AI는 개막식 레드카펫을 넘어 포럼 비프에서도 심도 있게 논의됐다. ‘AI 이후의 시네마: 영화는 누가 만드는가’를 주제로 마련된 포럼에서는 AI 기술이 영화 창작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 창작자의 역할, 저작권 보호 등 다양한 쟁점이 다뤄졌다.

장이머우 감독은 중국 바이트댄스의 AI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 2.0을 활용해 단편 ‘지아장커의 댄스’를 제작했다. 그는 AI를 둘러싼 논쟁에 머무르기보다 직접 기술을 경험하며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보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에서 AI 단편 세 편을 만들었다.

장이머우 감독은 “AI 기술의 도래는 막을 수 없다. 이제는 AI 기술을 활용할 때 인간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관점으로 창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라며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인간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영화 산업에서 사람이 일할 자리와 기회를 지킬 수 있는 규칙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장이머우 감독, 배우 판빙빙/사진=민경빈 기자
장이머우 감독, 배우 판빙빙/사진=민경빈 기자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AI 헌정곡을 선보인 민규동 감독 역시 기술 자체보다 창작자의 의도와 선택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일부 과정에 사용된 도구보다는 작품 자체가 무엇을 하려 했는지를 봐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환영하기 위해 만든 노래였고, AI는 그 마음을 소리로 옮기는 과정에서 활용한 도구였다”라며 “도구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누가 무엇을 결정했는지는 여전히 중요하다. 나는 ‘전달’과 ‘연출’을 구분해서 생각한다. 말을 옮기고 이미지를 그리고 소리를 만드는 일은 기계가 점점 더 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떤 말을 건넬지, 어디서 멈추고 무엇을 버릴지를 결정하는 건 연출의 영역이다. 그 결정과 책임은 사람에게 남아 있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I가 창작의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창작의 출발점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 민규동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AI가 이미지와 소리를 무한히 만들어낼 수 있어도 ‘나는 무엇을, 왜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만큼은 대신 던져주지 못한다”라며 “지아장커 감독은 이제 팔짱을 끼고 밖에서 논평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안으로 들어가 실행해 보고, 깊이 이해하면서 장단점을 찾아내 예술에 녹여야 할 때라는 취지로 말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영화제야말로 새로운 시도를 가장 먼저 실험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헌정곡은 내게 그런 실천이었고, 그 시도가 축제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더했다면 다행”이라고 거들었다.

배우 판빙빙은 AI 기술의 발전을 인정하면서도 인간 배우의 연기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소신 발언을 했다. 그는 “AI 숏폼 드라마는 스타일만 조금 다를 뿐 배우의 모습은 비슷하다. 좋은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며 “예산을 줄이기 위해 AI를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이 연기할 때 전달되는 감정과 삶에서 비롯된 노련함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가능한 사랑’을 언급하며 인간 배우의 연기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강조했다. 판빙빙은 “그 영화를 봤을 때 AI는 저런 연기를 절대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데뷔 30주년이 됐는데도 영화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라며 “이런 것이 좋은 연기라고 생각한다”라고 평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AI 기술을 활용한 작품의 향후 출품 추이도 지켜볼 방침이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현재까지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 가운데 AI를 활용한 작품은 질적 수준이나 편수 면에서 유의미한 흐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라며 “앞으로 AI 활용 작품이 얼마나 의미 있는 작품성과 수적 증가를 보여주는지 살펴보고, 필요에 따라 가이드라인이나 심사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A-list) 영화제’로 공식 선정된 이후 처음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관객 2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성과도 거뒀다. AI 기술이 영화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동시에 저작권과 일자리, 인간 창작자의 역할을 둘러싼 질문을 던지는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가 앞으로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새로운 실험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imag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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