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메리미’, 제3자가 몰카범 놔준 연출 논란
“사회적 문제 이해 높여야..사전 자문과 검증 필요”
변화하는 시대적 감수성..섬세함 필요한 때
[헤럴드POP=김지혜 기자]SBS 금토드라마 ‘우주메리미’가 범죄를 미화하는 듯한 설정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익숙한 클리셰로 안방에 안착하며 SBS 로맨스 흥행 계보를 잇는 듯했으나 ‘시대 감수성’이란 암초를 마주했다. 이제 드라마는 단순한 판타지의 영역을 넘어,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는 현실 인식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방송분에서 불법 촬영을 저지른 범죄자를 다른 남성이 “처음이니까 봐준다”면서 그대로 놓아주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피해 여성은 배제된 채 제3자가 엉뚱하게 사건을 종결짓는 듯한 구도로 ‘대리 용서’라는 시청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는 사회의 양상과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는 하나의 창작물이다. 불법 촬영처럼 민감한 문제를 단순한 소재로 소비하며 가볍게 다룬 점이 시청자들의 불쾌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특히 ‘처음이니까 봐준다’는 대사는 자칫 범죄가 대수롭지 않다거나, 처음이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시대적 감수성과 어긋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불법 촬영 극성인 현실 속, 드라마는 ‘대리 용서’ 논란
극 중 응급 환자가 발생하자 의사 윤진경(신슬기)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모습을 한 남성이 몰래 촬영한다. 이를 목격한 백상현(배나라)은 외투로 윤진경을 덮어주며 “제가 할게요”, “좀 가리시라고요”라고 말하고, 이후 가해자를 제압해 사진을 삭제한 뒤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서 그냥 봐주는데 다음엔 얄짤 없다”며 경고만 남긴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이 장면이 불법 촬영 범죄를 로맨스적 서사 연결을 위한 도구로 포장했다며 항의했다. 또한 불필요하게 신체를 부각한 구도, “가리라”는 대사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린 점, 경찰 신고 등 절차를 생략하고 제3자가 초범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한 점 등 총체적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위중한 상황에 전문 의료인을 제지하는 억지스러운 설정 역시 몰입을 깨뜨렸다는 평가다.
심지어 SBS 측은 ‘신슬기 도촬한 금수저 몰카범, 배나라의 시원한 참교육’이라는 제목의 클립으로 해당 장면을 게시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별다른 입장 없이 영상은 삭제됐으나 제작진의 문제의식 부재라는 뭇매를 맞았다.
드라마는 허구지만 결국 현실과의 줄타기다. 가상의 세계가 울림을 주는 건 그 속에 우리 삶이 일면 비쳐 있기 때문이다. 불법 촬영 피해는 현실에 숱하게 존재하고, 그런 현실 속에서 ‘대리 용서’로 압축된 이런 장면은 대다수 여성들에게 참교육이나 판타지가 아닌 공포다. 특히 여성 시청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은 장르에서 안일한 인식을 드러내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는 시청자들..제작 무산부터 해외 반발까지
시청자들은 이제 더 이상 작품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파급력을 가진 콘텐츠의 세부적인 설정 하나에도 예리하게 반응하며, 여러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최근 교사와 초등학생의 관계를 다룬 웹툰 원작 ‘내가 사랑하는 초등학생’은 드라마화 추진 단계에서 거센 우려와 비판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문화·예술 영역에서 창작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교사를 학생 대상 그루밍 범죄 가해자로 묘사하는 내용은 교육 현장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며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는 시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MBC ‘달까지 가자’의 경우 1980~90년대 큰 인기를 모았던 아이스크림 광고를 패러디해 티저 영상을 제작했다가 타 문화를 혼재시키고 희화화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물들은 아라비아풍 의상을 입고 코믹한 몸짓을 선보이는데, 이에 “터무니없는 인종차별”, “지금은 2025년이다”, “우리 문화가 조롱받았다” 등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이 온라인에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 같은 비판을 받아들여 MBC는 영상을 삭제, 사과했다. 그러면서 “본 드라마의 스토리가 제과회사를 배경으로 한 점에 착안했다”며 “타 문화권에 대한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더욱 세심하게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논란 방지 위해선 공감대 세심하게 고려해야”
‘달까지 가자’에서 벌어진 논란은 과거에 유행했을지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K-콘텐츠의 확장된 영향력만큼 제작자에게 더 큰 책임이 요구된다는 사실도 드러낸다. 시대는 달라졌고, 시청자들의 범위는 넓어졌다. 콘텐츠 제작을 위해 현실을 재구성하고자 한다면 그 흐름을 섬세하게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달로 누구나 손쉽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된 만큼, 제작자들은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더욱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시청자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파악해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예방하고 원활한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젠더 이슈나 범죄 인식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전에 자문이나 검증을 거치는 단계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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