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숏폼 드라마 수요
도전과 실험으로 기능..기성 배우도 다수 출연
“K-숏폼 경쟁력 위해 인프라 확장 필요”
[헤럴드POP=김지혜 기자] 요동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드라마 문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호흡은 짧아지고, 12부작 체제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OTT 플랫폼들은 더욱 과감하게 러닝타임을 줄이며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틱톡, 유튜브 쇼츠, 릴스 등 스낵형 소비 방식이 드라마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숏폼 드라마가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했다.
숏폼 드라마는 주로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세로형·1~2분 내외 분량의 콘텐츠다. 재벌, 치정, 복수, 출생의 비밀 등의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서사로 시청자의 도파민을 즉각적으로 자극하며 인기를 끌었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이미 큰 시장을 형성했다.
한때 ‘막장’ 장르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익숙한데 어느새 계속 보게 된다”, “멈추기 어렵다”는 반응에서 알 수 있듯 이 포맷은 높은 잠재력을 지닌다. 드라마박스(DramaBox), 릴쇼트(ReelShort) 등 글로벌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숏폼 드라마는 단순 소비형 콘텐츠를 넘어 ‘짧고 강렬한 내러티브’를 구현하는 독립적 장르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되지만, 최근 투자와 제작이 활발해지면서 ‘한국형 숏드라마’ 확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 플랫폼 중 티빙은 쇼츠 전용 탭을 신설하며 숏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도적으로 내놓고 있다. 티빙 측 관계자는 “제작 비용과 시간의 효율성이 숏폼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시청자들이 쇼츠 콘텐츠에 익숙해 숏드라마 형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덕에 제작사들도 다양한 콘셉트와 장르를 부담 없이 실험하며 드라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콘텐츠 시장 다변화..숏폼, 도전과 실험의 공간
진입 장벽이 낮아 형식과 서사 실험이 활발한 것도 숏폼의 특징이다. 티빙은 지난 9월 글로벌 최초로 최초 다중서사·멀티엔딩 포맷의 ‘나는 최애를 고르는 중입니다’를 공개했다. 빠른 숏폼 리듬에 연애 리얼리티와 시뮬레이션 게임 요소를 결합해 몰입을 강화했고, 실제 시청자들이 선택지가 포함된 회차에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을 기획한 CJ그룹 사내벤처 스튜디오 숏냅스 측 관계자는 “다른 일반 숏폼 드라마 대비 시청 이탈률이 낮고, 회차가 진행될수록 두터운 시청자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인터랙티브 코어 시청자들을 확보하는 유의미한 성과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향후 이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특화 광고 상품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스토리와 세계관도 새롭게 확장되고 있다. 그룹 내 따돌림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이나은의 복귀작 ‘마이 리틀 셰프’는 게임의 세계관을 숏폼 웹드라마로 확장한 첫 사례다. 특히 ‘도파민 자극’보다 짧은 시간 안에 감정선과 갈등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마이 리틀 셰프’를 연출한 김상훈 감독은 “지금 숏폼 시장은 대부분 불륜, 치정 등 자극적인 이야기 위주로 진행된다”며 “그 틀을 벗어나 건전하고 일반적 이야기로 숏폼 시장에서도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이상엽→NCT 제노·재민..비주류 벗어나는 숏폼
MZ 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숏폼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 플랫폼 티빙과 왓챠는 숏폼 전용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MBC도 ‘심야괴담회’ 인기 에피소드 ‘살목지’를 소재로 한 숏폼 드라마 ‘사람을 먹는 늪: 수살귀의 원념’을 일본 플랫폼 칸타에 공개했다.
성과도 눈에 띈다. 티빙은 앱 내 숏드라마를 무료 제공 중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불륜은 불륜으로 갚겠습니다’처럼 ‘숏드라마의 정석’이라고 할 만한 콘텐츠는 눈에 띄게 높은 완주율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웃집 킬러’의 경우에는 배우 차학연의 화제성이 초반 유입자 수 견인에 큰 역할을 했다”며 “그 외 프로그램도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콘텐츠 라이브러리 확장으로 체류시간을 늘리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인지도 높은 스타들도 숏폼에 가세하고 있다. 배우 이상엽이 출연한 ‘폭풍같은 결혼생활’은 공개와 동시에 국내와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지에서 조회수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흥행을 거뒀다. 또한 홍수현은 ‘연하 재벌남의 첫사랑은 하우스키퍼’에, 아이돌 그룹 NCT 제노와 재민은 ‘와인드업’에, AB6IX 박우진은 ‘처음’에 출연한다. 그룹 라붐 출신 율희는 숏폼 ‘내 파트너는 악마’를 통해 연기에 도전해 눈길을 끈 바 있다.
“K-숏폼 경쟁력, 섬세한 감정선..인프라 확장 필요”
60초짜리 영상이 60분의 드라마를 대신할 수 있을까. 숏폼이 즉각적인 자극만 남기는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국내 시장이 해외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 또 숏폼이 롱폼을 대체할지 보완할지 등은 여전히 지켜봐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관계자는 “기존 K-드라마의 강점인 섬세한 감정선이 숏폼에서도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단순히 자극적인 전개보다는 앞으로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다운 드라마’를 짧은 형식으로도 거부감 없이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그때 K-숏드라마는 감정선을 자극하는 연출과 세련된 미장센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아직은 현실적 한계도 있다. 중국처럼 제작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고, 비용적 측면에서도 제약을 겪고 있다. 관계자는 “어떤 것을 보여주고, 보여주지 않을지 선택과 집중이 필수인 시점”이라며 “점차 많은 제작사가 숏드라마 시장에 진입하면서 인프라가 개선된다면, K-숏드라마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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