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 LIVE

[MUSE LIVE]쥬라기와 007의 바다, 스크린에 담긴 태국 끄라비·팡아

입력 2026-02-28 11:01:00
수정 2026-03-10 10:14:29
    • 복사완료!

주한태국대사관, 태국 끄라비·팡아 세계로 초대

석회암 카르스트와 라군, 카메라를 부르는 풍경

007과 쥬라기, 스크린이 선택한 남부의 바다

(Filmed and edited by Herald Muse Team)
(Filmed and edited by Herald Muse Team)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여기가 영화 세트장이 아니라는 사실이 놀랍다. 태국 남부 끄라비와 팡아는 ‘현실’이지만, 이미 여러 차례 스크린을 통해 먼저 만났던 풍경처럼 낯설고도 익숙하다.

주한태국대사관이 태국 관광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Sawasdee Thailand Fanclub: Krabi-Phang Nga 2026’ 팸투어는 방콕과 푸켓에 집중됐던 시선을 남부의 자연으로 확장하는 자리였다. 그 중심에는 세계 영화가 선택했던 바다가 있다.

프레임이 열리는 순간, 홍섬의 라군

사진=김나율 기자
사진=김나율 기자

끄라비의 홍 섬(Koh Hong)은 탄복코라니 국립공원(Than Bok Khorani National Park) 보호 구역에 속한 섬이다. 보트는 좁은 해협을 통과해 안쪽 라군으로 천천히 진입한다. 암벽 사이를 스치듯 들어가는 순간, 마치 장면 전환 컷이 들어간 듯 시야가 갑자기 열린다.

사진=김나율 기자
사진=김나율 기자

사방을 둘러싼 석회암 절벽은 자연이 세운 거대한 세트 벽처럼 솟아 있고, 수면은 유리처럼 맑다. 이곳은 관광 명소라기보다, 카메라가 들어오기 전부터 완성돼 있던 하나의 롱테이크 장면에 가깝다.

고립의 매력, 포다 섬과 치킨 아일랜드

사진=김나율 기자
사진=김나율 기자

끄라비 앞바다에 흩어진 섬들은 보트를 타야 닿을 수 있고, 이 고립성이 더욱 영화같다. 그중에서도 포다 섬(Koh Poda)은 단정한 백사장과 바다 위에 홀로 솟은 거대한 암석으로 상징된다. 수평선과 모래사장, 그리고 바위 하나가 만들어내는 구도는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사진=김나율 기자
사진=김나율 기자

인근의 치킨 아일랜드(까이 섬)는 이름 그대로 닭 머리 모양을 닮은 기암괴석으로 시선을 끈다. 보트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바위의 윤곽은 더욱 선명해지고, 얕은 산호초 지대는 투명한 물빛 아래로 또 하나의 장면을 펼친다. 스노클링을 위해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화면은 수면 아래로 전환된다. 산호와 작은 열대어들이 만들어내는 색감은 바다 위 풍경과 또 다른 리듬을 이룬다.

끄라비의 바다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다. 카르스트 절벽과 백사장, 바닷속 생물이 이어지며 자연이 만든 장면들을 차례로 펼쳐 보인다.

007이 마주한 카르스트, 제임스 본드 섬

사진=김나율 기자
사진=김나율 기자

팡아 만으로 들어서면 풍경은 또 한 번 바뀐다. 바다 위로 수직에 가깝게 솟은 석회암 기둥들이 수면 위에 점처럼 흩어져 있다. 이곳은 팡아 만 해양국립공원(Ao Phang Nga National Park)으로, 태국 남부 카르스트 지형의 밀도가 가장 극적인 해역 중 하나다.

‘007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 포스터
‘007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 포스터

그 중심에 자리한 코 카오 핑 칸(Ko Khao Phing Kan), 이른바 ‘제임스 본드 섬’은 1974년 영화 ‘007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 촬영 이후 세계적인 상징이 됐다. 영화 속에서 007은 이곳을 배경으로 악당 스카라망가와 결투를 벌였고, 바다 위에 가늘게 솟은 바위 코 타 푸(Ko Ta Pu)는 긴장감 넘치는 클라이맥스를 완성했다.

그러나 현실의 팡아는 고요하다. 파도는 낮게 부서지고, 맹그로브 숲은 바람에 흔들린다. 스크린 속에서는 극적인 대결의 공간이었지만, 실제로 서 있는 이곳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자연의 무대다. 영화가 이 풍경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 풍경이 이미 영화였다.

쥬라기의 기억, 클롱 루트

사진=김나율 기자
사진=김나율 기자

끄라비의 담수 습지 숲 클롱 루트는 영화 ‘쥬라기 월드’ 시리즈 일부 장면과 연결되며 ‘현실 속 쥬라기’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카누를 타고 맑은 물길을 따라가면, 수면 아래로 나무 뿌리가 뻗어 있고 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린다.

인공 세트가 아닌 실제 밀림이 만들어내는 깊이감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공룡이 등장하지 않아도, 이 공간은 충분히 원시적이다. 스크린 속에서 몇 초간 스쳐 지나간 정글을 현실에서 온전히 체험할 수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셜픽처스
사진제공=유니버셜픽처스
팡아에 위치한 숙소 비욘드 스카이워크 낭치 (태국대사관 제공)
팡아에 위치한 숙소 비욘드 스카이워크 낭치 (태국대사관 제공)

스크린에서는 배경이었던 풍경이, 이곳에서는 주인공이 된다. 홍섬의 라군을 통과하고, 팡아의 카르스트를 마주하고, 클롱 루트의 숲을 지나며 깨닫는다.

끄라비와 팡아는 ‘영화 촬영지’이기 이전에, 영화가 차용해 간 무대였다. 쥬라기와 007의 장면은 그렇게 태국 남부의 바다 위에서 현실이 된다.


nayul@heraldcorp.com

이 기사가 어떠셨나요?

MOST READ

MUSE SERIES

more